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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n 11. 2023

직장인에게 인간관계보다 중요한 ‘나를 위한 시간‘

서른살 사회초년생입니다

양떼목장


아직 입사 3개월이 안 됐다. 요즘은 데이트가 있거나 지인과의 약속이 있지 않은 이상 주말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산책을 나가서 걷고 오기도 하고, 드라마나 예능을 보기도 하고, 설거지와 밀린 빨래를 하기도 한다. 뒹굴거리며 남자친구와 통화도 하고 유튜브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책을 읽고 브런치 글도 쓰겠다는 마음 가짐은 잠시 미뤄두고 침대와 하나가 되어 하려고 했던 것들을 모두 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면 게으른 주말을 보낸 나 스스로가 답답하게 느껴지고 한심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거나 크게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에는 바빠서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9시까지 일을 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뒹굴뒹굴하는 그런 나만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 대학에 들어가고 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했고 챙기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가졌었다. 나에게 베풀어 주는 것만큼 베풀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른이 된 지금은 바쁘게 지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리 된 건지 점점 인간관계들이 걸러져 소수의 사람만이 곁에 남아 있다. 이십 대 같았으면 주말에 누군가를 만나지 않으면 괜히 심심하고, 친구도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을 것이다. 혼자 집에 있는 걸 외로워했었으니까. 지금은 허전할 때도 있지만 그런대로 편하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혼자 볼일도 보러 다니고, 여유롭게 산책을 한다.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서 산책을 좋아하게 됐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부터 산책을 훨씬 자주 하게 된 것 같다. 앞으로는 바쁘지 않으면 평일에도 산책을 하고, 주말에도 꼭 한 번씩은 하려고 한다.


밤산책을 하다 보면 혼자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도 들리고 선선한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기도 한다. 해질녘에 산책이라도 하면 하늘빛이 변하는 모습과 구름의 모양을 보며 벅차거나 행복한 감정도 느낀다. 그렇게 산책길의 사람들과 자연을 만끽하다 보면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런 시간이 소중해서인지 산책이 좋다.


그렇게 산책을 하다 보면 지금 내가 인생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은 뭔지, 최근에 든 생각의 이유가 뭔지 등 주어가 '나' 혹은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 시작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떠오른다.


출퇴근을 하는 평일에는 회사에서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이나 전날 동료나 상사에게 들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주어가 '나'를 뺀 회사이거나 회사의 인물들인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다.  


휴대폰을 잠시 주머니에 두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산책하는 것.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를 때도 있고 노래 없이 그냥 걷기도 한다. 그런 시간은 일종의 명상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끊임없는 잡음과 관계 속에서 잠시 떠나 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랄까.


칸트와 니체,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들은 모두 산책을 즐겼다고 알려져 있다. 산책과 걷기는 두 발을 사용한다는 것은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걷기는 목적이 있다. 쇼핑, 출근, 등교, 관광, 학원, 식사 등 다양한 목적을 향해 걸으며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산책은 어떤 보상을 받고자 걷는 것이 아니다. 산책의 사전적 정의는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다. 출근을 하거나 쇼핑을 하기 위해 걸을 때는 휴식을 생각하지는 않지 않나.


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 지금은 참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


매일같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가끔씩 목적지 없이 걷는 산책길이 우리네 인생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 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


가을방학 <속아도 꿈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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