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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y 05. 2023

신입 사회복지사의 일에 대한 고찰

서른살 사회초년생입니다


일기에 정말 날것 그대로 지금의 감정에 대해 적었다.


기분이 울적하다.

속이 어제 하루 좋다가 오늘은 다시 아팠다.

식도가 꽉 조이는 느낌 때문에 눕는 게 겁난다.

괴롭다.


이번주는 이래저래 휴일이 많아서 3일밖에 일하지 않았지만 유독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들은 한 주였다. 사례관리를 하다 보면 당연히 대상자의 가정사를 들을 수밖에 없다. 대개 그 이야기들은 내가 감히 상상도 못 할 만큼의 어려움이어서 대상자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에 나조차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습할 때 사례관리 담당 대리님에게 소진(번아웃)에 대해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훗날 일할 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Q. 사회복지사가 된 후 소진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타인에게 집중을 잘하고 공감을 잘해주는 강점이 있지만 그만큼 소진이 올 것 같아 걱정이 조금 됩니다. 선생님만의 극복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나름 저의 원칙은 ‘이용자를 만날 때는 이용자에게 집중하고, 이용자와 헤어진 뒤에는 그 이용자를 만난 적 없던 것처럼 지낸다.’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용자를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일’로 만난 것이기 때문에 그 ‘일’을 나의 사적 영역에는 넣어두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이용자와 대화할 때 무조건적인 공감보다는 사회복지사로서 이용자의 상황과 환경을 볼 수 있는 냉철함도 필요합니다. 감정에만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상담해야겠죠. 처음에는 당연히 어려울 거예요. 이용자를 많이 만나고 상담하면 훈련될 겁니다.



아프지 않고 싶다. 일을 시작하고 3년 전에 처음 겪은 위식도역류질환이 재발했다. 역류 증상이 생기면 가슴이 답답하고, 심할 때는 호흡이 가빠지고 숨 쉬기가 힘들다. 대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물론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경청해 주는 게 맞지만, 일이 끝난 뒤에도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한 달 차 신입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 그레도 10개월 전쯤, 현장실습을 하며 실습일지에 묻고 들었던 조언이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큰 위안과 도움이 된다.


'일'을 나의 사적 영역에 넣어두지 말자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나 자신을 지키고 아껴주며 돌봐야 나를 믿고 도움을 청하는 대상자들을 진심으로 대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일을 하는 동안 바짝 긴장하고 다른 사업도 같이 진행하다 보니 일정이 빡빡해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업무량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대상자가 나를 찾아와 상담하고 마음을 털어놓듯이, 나도 힘든 마음이 들 때마다 일기를 적기로 오늘 나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리고 쉼의 시간을 틈틈이 가지고 스트레스 해소가 될 만한 무언가를 한 두 달 내에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글로 적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마음의 소리를 가장 잘 들어야 하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구도 나만큼 나를 이해할 수 없다. 나에게 휴식을 주고, 칭찬의 말을 해주고 안아주며 아껴줘 보자. 그렇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내면 지금보다 더 나은 순간들이 분명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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