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3주가 지났다. 폭풍 같은 평일이 지나고 주말이 오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은 엄마 집에 같이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4년 동안 부산에서 1년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3년은 자취를 하며 자유를 만끽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이십 대 초반에도 2년 이상 해외에 나가 살았고, 엄마랑 같이 살던 이십 대 중반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고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밖에 돌아다니길 좋아하던 내가 집순이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일하는 데 적응한다고 정신없어서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날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것도 있고, 장거리 연애 중이라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매주 하지 못 하는 이유도 있고, 집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집에 오래 머물수록 나만의 온전한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베란다에 쌓여있는 김장 플라스틱통들, 언제 샀는지 알 수 없는 이름 모를 약재들, TV와 선반에 쌓인 먼지, 오래전에 납부한 공과금 고지서, 냉장고에 찌들어있는 자국들... 그런 것들을 보고 있을 수 없어 물티슈로 닦고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를 하게 된다. 평일에는 저녁마다 내 방 정리정돈과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한다. 주말에는 한두 시간 넘게 시간을 내서 청소를 하는 편인데, 그렇게 멀끔히 해놓으면 얼마 뒤 다시 새로운 퀘스트들이 생겨난다. 미칠 노릇이다.
얹혀사는 마당에 엄마에게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건가 깊이 생각해봤다. 나의 기준으로, 나의 잣대로 엄마의 청소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바라는 게 많은 게 맞다. 결국 엄마와 내가 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은 내가 엄마를 바꾸려고 들거나 이해해 보려 애쓰기보다는 청소에 민감한 내가 더 치우거나 혹은 얼른 독립을 하는 것이다. 후자가 가장 베스트겠지!!
나도 그렇게까지 깔끔을 떠는 편은 아닌데, 어수선하지만 않게 정리하고 사는 게 너무너무 어렵다. 앞으로 최소 1년은 선택지가 없다. 늦게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한 내가 감내해야 할 뭐 그런 게 아닐까. 나는 버리고 엄마는 채우면서 공존하는 하는 수밖에! 그래도 엄마가 치우는 영역도 있으니 서로 청소 영역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오늘의 결론
= 돈 모아서 독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