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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l 19. 2023

관계에 있어 솔직하지 못한 사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면 사람의 마음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모든 마음들을 100%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얼마나 될까?


오랜만에 친한 친구 H와 남편을 만나 셋이 밥을 먹었다. H가 초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사이가 조금 틀어진 상황을 이야기했다. 서로에게 그때그때 솔직하게 서운함을 말하지 않고 쌓였던 게 터진 결과였다. 희한하게 H는 친구 간의 관계에서는 가까울수록 더 진심을 말하지 못하고, 남편에게는 거의 모든 걸 다 털어놓는다. 남편이 되기 전, 남자친구일 때에도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가족에게, 남자친구에게, 친구들에게 솔직한가? 나는 많은 경우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산다. 상대방이 나를 나쁘게 생각할게 걱정이고, 나와 반대 의견을 말함으로써 나 혹은 상대방이 상처받으면 어떡할지를 걱정하고, 그러다 혼자 마음에 생채기를 입는다. 정확하게는 언쟁을 함으로써 갈등이 생기는 게 너무 싫다.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싸움을 많이 보고 자라서 더 싫어하게 된 것 같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내 마음의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담아둘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럴 때 상대방에게 속마음을 말하지만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고 돌려서 말을 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그렇다.


나또한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 한 명과 멀어지게 되었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내가 서운함을 말하지 않고 참다가 거리를 두며 멀어진 것이었다. 가치관의 차이가 컸고, 서운함을 크게 느낀 일이 있어서 마음의 문을 곧장 닫아버렸다. 그 이후로 그 친구에게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연락이 오지만 나는 1%의 애정도 남아있지 않아 적당히 대답하고 넘겼다. 그냥 그때 함께 시간을 보낸 친했던 친구, 추억 딱 그 정도로만 내 기억엔 남아 있다.


내가 서운함이나 기분 나빴던 것을 말하는 대상들은 정말로 애정하는 사람들이다. 정이 떨어지거나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에겐 더 이상 쓴소리도, 서운함도 말할 기운이 남아있지도 않고, 그만큼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계가 멀어진다.


이렇게 보면 나는 관계에 있어서는 정말 소심한 사람이고, 말 한마디에 굉장히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인 것 같다. 맞다.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누구나 약점인 감정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부정적인 감정 혹은 서운한 감정, 반대되는 의견 표출을 하는 것이 어려운 게 분명하다. 평상시에는 평온하지만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내 안에는 화도 많아지고, 짜증도 폭발하는데 그 감정을 속에 억누르는 것 같다. 그러다 모든걸 내려놓게 되는 그런 악순환..  


모든 관계에서 솔직한 게 답이라는 것쯤은 안다. 솔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답답함이 계속되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문제다. 답답함이 터져버리지 않게 그때그때 마음을 표현하고, 이야기하기 껄끄럽고 어려운 주제일수록 더 꺼내어야 하는데 말이다. 언제쯤이면 마음 편하게 내 속마음을 다 표현하며 살 수 있을까? 아니, 다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만큼만이라도 처음부터 솔직해지고 싶다.


지금은 딱 예민해질 시기라 모든 일이 크게 와닿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원하는대로만 풀린다면 그보다 재미없는 인생도 없겠지? 이렇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리라 믿는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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