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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r 10. 2020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 1>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읽기 좋은 책


  

  나와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를 보면 사족을 못 쓴다는 걸 안다. 저번 달인가, 친한 친구는 내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 당시 한창 한국사 시험공부를 하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부를 하러 간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의 권유가 생각나 책을 빌렸다. 한동안 책을 책꽂이에만 꽂아놓고 들여다보지 않았었다. 1월 즈음부터 코로나 19로 시험일정이 전면 취소되고, 학교 개강이 늦춰 쳤다. 이런 시기엔 책장의 책들이 눈에 들어오는 법. 마침내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산의 길고양이


고양이 1의 줄거리

  책 속의 배경은 프랑스의 파리다. <바스테트>라는 암고양이는 매력적인 고양이다. 바스테트는 옆집에 새로 이사 온 <피타고라스>라는 수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있다.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게 자신이 머리에 USB 단자가 꽂혀 있어 인간들을 잘 이해하고 인간들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리송한 말만 늘어놓는 피타고라스는 한동안 바스테트에게 차갑게 대한다. 친해지려고 하는 바스테트에게 피타고라스는 눈길도 안 준다. 그러다 바스테트는 위기에(?) 처한 수고양이 피타고라스를 개로부터 구해준다. 그 이후 피타고라스는 조금씩 인간들의 이야기를 바스테트에게 들려준다. 그러는 사이 바스테트의 집사인 나탈리는 펠릭스라는 수컷 고양이를 데려온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에게 퇴짜(?) 맞고 기분이 뒤숭숭한 상태에서 펠릭스와 의미 없는 사랑을 나눈다.


 결국 바스테트는 팰릭스의(?) 아기 고양이를 임신했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를 낳는다. 집사와 집사의 남자 친구는 가장 힘이 세고 활발한 아기 고양이 한 마리만 남기고 네 마리를 모두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피타고라스는 그 사실을 알고 며칠이 지난 뒤 바스테트를 찾아간다. 그들은 계속해서 만난다.  바스테트는 피타고라스에게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와 고양이가 언제부터 인간들과 함께 살게 되었는지 역사 이야기를 듣는다.


  파리 시내 곳곳에, 세계에서 전쟁 비슷한 테러들이 번지고 전쟁이 앞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바스테트의 집사는 매일같이 텔레비전 뉴스를 보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옆집에 사는 여자 소피와 피타고라스의 집에 같이 지내게 된다. 물론 바스테트와 펠릭스, 아기 고양이까지 모두. 두 집사들은 식량을 비축해두고 집의 창문과 문을 틀어막는다. <약탈자>로부터 자신들과 고양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다. 그녀들의 집으로 약탈자들이 찾아와 그녀들을 죽이고 식량을 빼앗으려 한다. 집사들을 구하게 위해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를 데리고 약탈자들에게 수류탄을 던져 죽게 만든다. 결국 두 집사를 지켜낸다.


  그 일이 있은 직후 피타고라스는 고양이들과 흑사병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바스테트는 식량이 떨어져 굶주리고 있는 두 집사와 고양이들을 위해 밖에 나가 쥐를 잡아온다. 까마귀도 잡아 집에 가고 있는데 집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 뛰어가 보니 집안은 폐허가 되어 있다. 나탈리의 남자친구였던 토마가 차로 집을 들이받고 소피를 총으로 쏴 죽인 후 펠릭스를 구워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본 바스테트는 충격에 빠진다. 소리를 들은 토마가 바스테트를 발견하고 죽이려 달려든다. 바스테트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지만 토마에게 꼬리를 잡힌다. 그때 피타고라스가 나타나 가까스로 바스테트를 구해준다.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의 아기 고양이 안젤로를 안전한 곳에 놓고 왔고, 그녀의 집사 나탈리는 달아났다고 말해준다.



  고양이 1 편에서는 피타고라스가 바스테트에게 고양이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는 게 많은데, 꽤나 흥미롭다. 여기에 모두 적을 순 없어서 큰 사건 위주로 정리했다. 특히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피타고라스가 흑사병과 고양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1348년부터 1350년 사이(이 이후에도 흑사병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에는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에게 페스트 균을 옮겨서 결국 죽게 만드는 흑사병. 이 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2천5백만 명이나 되었는데 그중 절반이 유럽인이었다. 유독 유럽인이 피해를 많이 입은 이유는 유럽 교회 지배층들이 고양이가 악마와 관계있다고 하면서부터다. 그들은 고양이를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없어지니 쥐가 들끓어 흑사병이 다른 곳 보다 많이 퍼지게 된 거다.


  몇 세기가 흐르고 나서야 과학자들이 재앙에서 살아남은 것과 고양이를 키우는 것 사이에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교황 식스토 5세는 고양이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시작했고, 기독교인들이 고양이를 키울 수 있게 해 주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고양이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되찾았다. 그렇게 고양이는 쥐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수호신 같은 역할을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이다.


영도의 작은 카페의 고양이


  고양이를 좋아만 했지 이렇게 고양이와 사람이 같이 어우러져 살게 된 역사를 알게 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이집트에서는 얼굴은 고양이고 몸은 사람인 바스테트라는 여신을 신봉했다고 한다. 얼마나 고양이가 우리와 가까이 그리고 사람들 곁을 지키며 공존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고양이의 시각에서 인간인 우리들의 모습을 잘 묘사했기 때문에 신선했다. 정말로 고양이들이 인간들과 소통하고 싶어 할지, 그르렁 소리로 인간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결국은 상호 소통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간중심주의를 해체하고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해야  적절한 위치를 끊임없이 고민해왔다고 한다. 그는 그런 문제의식을  속에 녹여내고 있다.  책은 고양이의 역사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인간 중심적인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잔인함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민하는 인간의 적절한 위치란 무엇일까. 동식물을 소중히 다루고 대화하며 자연을 예찬하는 것일까. 그런 작은 일들을 시작으로 생명과 지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뜻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고양이를 다 읽고나서 그의 데뷔작품 ‘개미’를 읽어보면 그의 가치관을 더욱 깊이 알 수 있을 것같다. 아직은 피타고라스의 말이 혼란스러운 바스테트처럼 나도  아리송하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살아남은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 아기 고양이는 과연 전쟁통을 잘 해쳐 나갈 수 있을까. 궁금해 죽겠다. 우리집에는 2권이 없다. 책을 빌릴 때 1권만 빌린 탓이다. 학교 도서관도 근처 도서관들도 모두 휴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2권은 인터넷으로 오늘 주문했다. 내일 책을 받아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갈 생각을 하니 심장이 벌렁거린다.


2편은 다음에 계속..



미야옹~ 코로나야 물러가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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