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대하는 방식은 한 국가의 방향성을 알려준다.
영화 식코는 2000년도에 마이클 무어 감독이 제작했다. 미국의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의 부조리와 이면을 여실없이 드러낸다. 그들이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Sicko라는 단어는 환자의 속어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자’를 뜻하는 말이다. '필요한 자'라 하면 치료가 필요한건 맞는데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와는 구분되는 단어로 쓰이나보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의료비 폭탄의 경험, 의료보험이 있더라도 뇌종양 같은 큰 질병이 걸렸을 때 치료비를 내어주지 않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보험회사들의 민낯, 911 테러 당시 자원해서 사람들을 구조했던 시민들이 겪는 후유증과 병세를 인정해주지 않는 미국의 악랄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미국의 의료서비스를 민영화한 것이다. 대형 보험사에 보험비를 납부하는 시민들의 돈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때에는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도록 과거의 병력을 찾는다거나 다른 핑계를 대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작자와 의료인들이 손을 잡고 시민들의 건강을 앗아 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국민 의료 서비스를 강하게 밀고 나갔었지만 미 의학협회의 의사들이 들고일어났다. 그들은 의료 사회화 제도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어 ‘국가 의료시스템은 곧 사회주의’라고 새뇌시켜 버린 것이다. 의료 사회화는 사회주의로의 변화라고 국민들의 눈에 색안경을 씌어 놓았다. 나는 미국이 의료비가 비싸서 서민들이 병원에 자주 못 가고, 치료받는데 기다리는 기간이 길다고만 얼핏 알고 있었지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다. 중산층도 병이 나면 파산하는 미국. 어메리칸 드림은 평생 꿈 꾸고 싶지도 않고 현재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미국인들을 보면 여행조차 끌리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사회보험에 국민건강보험이 있다. 모든 병원은 ‘당연 지정제’를 통해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가입하게 되어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의료민영화를 시행하지 않고 지금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앞으로도 계속 개선시켜 나갔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먼저 의료민영화의 단점과 실태를 잘 인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 오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의료 정책 하나가 국민 모두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영화는 의료의 질이 높아질 수 있지만 보험금이 오르고 부자와 의사들의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건강보험제도는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한 의료 혜택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납부금이 적은만큼 의료 혜택이 크지는 않다는 점. 무엇을 택할 것인지는 우리의 신념과 판단에 달렸다. 물론 의료보험이 사회화 되어 있는 영국, 프랑스에서도 문제가 있다. 영화에서는 좋은 부분만 편집되서 보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처럼 보험금을 잔뜩 내고도 치료를 거부당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나는 한 국가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 지가 그 국가가 가진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표와 같다고 생각한다. 소득이 적은 사람도 적은 금액을 내고서라도 소득이 많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내가 꿈꾸는 사회다.
영화 식코는 한번쯤 보고 사회보험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