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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an 30. 2024

30대는 어디서 연애를 시작할까

소개를 받는 것에 대하여

20대에는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고 마음만 먹으면 연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집, 헬스장 이 정도의 반경만 돌아다니는 나 같은 30대(만 나이 29세이긴 하다)들은 기회가 점점 없어진다. 일반적인 30~40대라면 소개를 받든 동호회에 가입하든 취미활동을 시작하든 봉사활동을 하든 무언가 노력을 해야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나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며칠 전 만났던 모임에서 항상 내 연애이야기를 궁금해하는 A언니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둥둥아 지금 싱글인 거야? “


안 그래도 언니들을 만나기 전에 헤어진 사실을 말했었기 때문에 왜 헤어졌는지 궁금해할 것 같았다. 헤어진 지는 두 달 정도 됐고 결혼을 생각하는 관점이나 타이밍이 달라서 헤어졌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쁘게 헤어진 건 아니고 전화로 옛날 얘기도 하고 울고 웃으면서 헤어졌다고 말했더니 슬펐겠다고 위로를 해줬다.


그러면서 갑자기 A언니가 물었다.


A: 너희는 이상형 있어?

B:  나는 텐션이 같이 높아지는 사람 말고 차분한 사람이 좋더라.

둥둥: 저는 대화할 때 잘 맞고 재밌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감정기복이 크지 않고 안정적인 사람? 곰 같은 사람이 좋아요.

A: 그럼 너희 얼굴은 안 보는 거네?

둥둥: 안 보는 건 아니에요. (깔깔)


A언니 눈동자를 보니 우리에게 잘 어울릴 만한 사람을 머릿속으로 물색하는 게 느껴졌다.


“둥둥아, OO이(남편) 친구 중에 진짜 괜찮은 애 있는데 IT 쪽에서 일하고 외모도 나쁘지 않아. 우리 둥둥이 소개해주고 싶다. “


집안도 좋고, 나이는 서른다섯인데 아직 자기가 원하는 사람이 안 나타나서 혼자인 것 같다며 진지한 만남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집안이 좋다는 말을 들으니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닌데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당장 누군가를 소개받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건 아닐지, 우리 집안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결혼식장에 같이 손잡고 올라갈 아빠도 없다. 돈 모으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고 전 남자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등등 이런저런 소개를 받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도 모르게 생각해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언니 근데 집안이 좋으면 좀 부담스러울거 같아요. 제가 뭐가 없으니까요.“


그러자 A언니는 말했다.

“에이 그런 건 상관없지. 나중에 기회 되면 캠핑이라도 같이 가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그 말을 들어도 위로는 되지 않았지만 큰 울림을 줬다. 언니 반응처럼 내 상황을 다 듣고도 ’에이 그런 건 상관없지.’라고 생각하고 나를 대하는 사람을 만나면 되는 것이었다. 소개를 아직 받은 것도 아닌데 두려움이 앞서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겠다.


집에 가기 전, A언니가 조심스레 한 마디를 더 얹었다.

A: 근데 둥둥아 너는 걔 모르지? 걔는 너를 알아. 옛날에 우리 어학원에 있을 때(해외 어학원을 같이 다녔었다) 누가 제일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둥둥이 너라고 했었대.


벌써 10년 전 스물 한 살 때의 일인데…

어쨌든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아직은 누군가를 소개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누군가를 새롭게 알아간 다는 게 좀 무섭다. 나중에 기회가 오게 되면 그때 고민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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