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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n 24. 2024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팅을 하라고요?

지난봄에는 야근하는 횟수나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만큼 내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고 적응을 어느 정도 했기 때문이겠지. 오랜만에 야근하는 날, 야근식대로 먹을 걸 사러 김밥집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상사이자 인생선배인 Y와 함께 갔다. 김밥집 사장님은 우리가 시킨 김밥을 열심히 말고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Y에게 최근에는 사귀었다고도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잠깐 만났던 사람이 있었음을 말했다. 헤어진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말했더니 잘 됐다며 “이제는 기회가 될 때마다 남자 소개를 많이 받아 받아봐요.”라고 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를 받는다니,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싶은 마음에 답했다.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부족한 게 많아서요. 좀 더 준비가 되면 소개팅에 나가보고 싶어요.”


그러자 Y는 눈을 부릅뜨고 결혼할 생각이 있다면 받을 수 있을 때 최대한 소개받아보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Y의 경험에서 우러난 말을 듣고 김밥을 받아 회사로 돌아갔다.




이후 몇 개월이 흘렀다. 시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동료를 통해 소개팅을 받게 되었다. 동료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건너 건너 소개를 해준 것이었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소개팅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옷도 화장도 액세서리도 신발도 신경 써서 첫 만남 자리에 갔다. 처음이다 보니 가기 전부터 소개팅 대화에 대한 유튜브 영상과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방법을 찾아봤다.


밥을 먹고 카페에 들른 후 산책을 하고 첫 소개팅이 끝났다.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자리는 아니었다. 긴장이 풀리니 질문도 많이 했고 웃기도 자연스럽게 웃었다. 생각보다 상대방은 별 기대 없이 나온 느낌이었다. 대화는 그럭저럭 잘 통했던 것 같다. 본인이 노잼인간이며 꼰대기질이 있다고 말을 하는 점에선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루틴 있는 삶을 사는 점에서는 나하고 맞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적으로는 외모는 잘 안 보는 줄 알았던 내가 생각보다 외모를 따지는 모습을 스스로 보게 됐다. 나에게도 원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 번 봐서는 잘 모르니 더 만나봐야 하는 건지, 그 사람이랑 잘 안 맞는 건지 뭐가 뭔지 헷갈렸다. 그러는 와중에 상대는 애프터 신청을 했고 나는 애매한 이 마음과 비교군이 없는 상황에서 거절하기가 뭐해서 한 번 더 만나보자는 마음으로 애프터 신청에 응했다.


티키타카가 처음부터 터지기는 어려운 거겠지? 그래도 애매한데… 우선 한 번 더 만나보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첫 소개팅의 첫 만남은 끝이 났다.


처음이 어렵고 두렵지, 막상 소개를 받아보니 크에 어려워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뭐든 처음만 힘들지.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를 받아보라고 했던 상사의 말, 일리가 있었다. 소개팅은 매우 피곤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해야 서른 넘은 나이에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거였다!  


시도해보지 않으면 결코 어떤지 알 수 없다. 소개를 받고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상대방과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도 파악하지만 나 자신도 더 잘 알게 되는 신기한 일이 펼쳐진다. 소개팅이란 거 꽤 괜찮은 거구나. 이렇게 또 인생을 배운다.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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