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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Jun 17. 2024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

30대가 되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20대 때보다 불안하지 않고 덜 흔들린다는 것이다. 20대 때는 세상이라는 파도를 마주 보고 힘겹게 나아갔다면 지금은 서핑보드를 사서 크고 작은 파도를 기다린 뒤 파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간다고 해야 할까. 서핑이 능숙하지는 않지만 파도를 맨 몸으로 맞이할 때보다는 훨씬 세상이라는 바다가 더 좋아졌다.


서핑보드 위에 누워 파도를 타기 전에는 무조건 파도가 치는 곳 앞까지 나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파도가 몰려오기 전에 해변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파도에 맞춰 내 몸의 중심을 잡고 서서히 일어선다. 중심을 잡을 땐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고꾸라지지 않는다.


삶은 어떨까?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라는 사람을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지, 언제 중심이 잘 잡히는지, 언제 기분이 나쁘고 불쾌한지 또는 행복한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라는 파도를 타다 고꾸라져도 다시 힘을 내 일어설 수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연애나 결혼을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상처받고,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감동받는지 등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사람을 보는 안목도 생기고 나에게 맞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 세 가지는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정리한 내용이다.



1. 절제력이 있는 사람

절제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것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술, 담배, 도박 등이 있다. 나는 술을 자주 먹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먹거나 친한 사람들과 모임이 있을 때 먹을 뿐이다. 그 외에 담배, 도박은 손도 대지 않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건강과 가족관계, 사회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게 특히 술이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살아계실 때 매일 반주로 소주나 막걸리를 드셨었는데 몸이 아파 일을 못 하는 순간에도 막걸리를 사다 몰래 먹는 아빠가 정말 미웠었다. 수십 개의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는 굴레라니, 술은 건강도 망치고 신뢰도 잃게 만든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을 아주 짧게 만난 적이 있다. 필름이 끊기고 몇 시간 짧게 잠을 잔 뒤 출근해 일을 하면 저녁에 또 술을 마시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는 데이트를 해도 술을 꼭 먹으러 가게 되었다. 예측가능하지 않은 상대의 모습은 신경이 쓰였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인생에 술이 빠지면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는 애주가들이 우리 사회에 참 많다. 술을 마시는 건 자유지만, 절제하지 못하면서 마시는 건 잘못이다. 술이 없어도 건전하며 건강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는 가득하다. 아무쪼록 내가 만날 상대방도 술을 아예 안 마시거나, 아주 조금씩만 마시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2. 불안하지 않게 하는 사람

나는 불안한 상황에 굉장히 취약했다. 20대 전부를 바쳐 깨달은 사실이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나를 떠날까 봐 불안한 연애는 이제는 하고 싶지 않다. 불안한 상황이라고 하면, 상대가 밤새 연락이 안 되고 술을 마시거나, 감정기복이 심해 기분대로 행동하는 것들을 말한다. 평소에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하루 일과가 투명하게 루틴화되어 있고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에게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예를 들면 퇴근 후 러닝을 뛰고 집에서 밥을 먹고 쉬는 일상이 루틴화되어 있고, 가끔씩 친구를 만나 술 한 잔을 하거나 모임을 가지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믿음직스럽지 않은가?(실은 내가 그런 삶을 살고 있어서 나와 비슷한 루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잘 맞을 것 같다)


애간장을 태우고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건 내 인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연애도 결혼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사람과 하고 싶다. 그런 평온함이 너무 좋기 때문에 나 또한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굳이 밀당을 할 필요도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3.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

최근에는 친한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친구는 나와 있으면 '마음이 꽉 채워진다.'고 말했다. 친구로서 당연히 해줄 거라는 기대를 갖지 않고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베푸는 나와 있으면 편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런 말은 살면서 처음 들어봤다. 부족하게 챙겨주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도 들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연애를 할 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늘 진심을 다하는 것. 너무 과하지도 너무 덜하지도 않게 상대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것. 그런 것이 은은하게 사랑을 풍기는 것이고, 상대는 사랑을 자연스레 느낀다. 나에게 진심을 다 해주는 사람과 있으면 행복하고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며 경청해 주는 것.


서로 다른 곳에서는 꺼내기 힘든 말들을

꺼내어 빈틈을 보여주는 것.


아주 사소한 것도 베풂을 받으면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


상대와 있는 좋은 순간에 '좋다'는 말을

내뱉으며 따뜻한 웃음을 보일 수 있고,


상대의 결점을 알게 되어도

별 거 아니라 여기고 옆에 있어주는 것.


진심은 통한다.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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