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나는 서른 살(윤석열 나이로 만 28세)이었다. 주변의 결혼소식을 들을 때도 그랬고, 앞자리가 3이 되었다는 압박감에 스스로 조급함을 느꼈다. 아무도 나에게 결혼을 등 떠밀지 않았고 심지어 나보다 7살이 많은 오빠조차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았고 하고 싶었다.
'남들이 다 가니까 휩쓸려 결혼하는 건 아니지.'라고 외치면서도 결혼에 대한 미래를 계획해 나가고 싶었다. 잘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고 그 사람이 인간대 인간으로서도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결혼이라는 걸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이다. 적당히 연애를 하다가 3년 내에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상대가 결혼할 마음이 없어 결국은 헤어졌지만 만약 다시 작년으로 시간을 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결혼이야기를 꺼낼 것 같다.
몇 주 전, 꽤 오래 알고 지낸 지인들을 만났다. 그중 한 명이 결혼을 하게 되어 청첩장 모임을 가진 것이었다. 그중 광수(가명)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올해 29살이고, 최근 자신과 결혼할 것이 아니면 놓아달라는 말을 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작년 내 상황과 비슷했다. 광수오빠는 당장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서로 잘 맞고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헤어지는 것도 좀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는 마흔 즈음 결혼을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머릿속으로 광수오빠가 몇 살이었나 생각했다. 서른 넷이니까 여자친구가 6년을 기다려야 결혼이란 걸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광수오빠에게 결혼과 사업(?) 중에 뭐가 우선순위인지 물었을 때 여자친구는 후순위였다. 그런 오빠의 확실한 가치관과, 여자친구가 '결혼할 게 아니면 나를 놓아달라.'는 말을 했다는 점을 고려해 광수오빠에게 이야기했다.
"오빠,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 아니면 헤어져요~“
주제넘은 말 같아서 집에 돌아와 그 말을 꺼낸 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내가 그 말을 꺼내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그 커플이 직면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했다.
다만 남들 결혼하는 시기에 맞춰 일찍 한다고 해서 10년, 30년, 50년 쭉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늦게 결혼한다고 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니다. 결혼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는 정해진 건 없지만 서로 원하는 결혼 시기가 다르고 조율되기 어렵다면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 게 답이다. 확신을 가진채 진행해도 어려운 것이 결혼이라고 하지 않나.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둘이 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둘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나는 광수오빠가 현재 여자친구와의 미래를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고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돕고 싶었다. 그냥 막 헤어지라는 게 아니라,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자신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무엇이 정말 가치가 있는 건지 생각해 봤으면 했다.
“그런데 지금 여자친구 놓치면 후회하지 않을까요? “
“후회하겠지? 아마 후회할 거야.”
“잘 생각해 보셔요.“
결혼은 먼 미래라고 여기며 사귀던 20대 중반까지와는 다르게 이렇게 이십 대 후반부터 삼십 대의 연애는 '결혼'이라는 존재가 스며들어 있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그 마음을 서로 받아들이고 어떤 결과가 됐든 잘 풀어나가기를 바란다.
Ps. 주변에서 “결혼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헤어지자.” 이 말을 여자들이 정말 많이 한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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