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둥둥 Apr 15. 2024

가치관이 맞는 사람

우리는 상대의 고민과 선택을 들어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주말 아르바이트로 닭갈비집에서 일을 했었다. 그곳에서 평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갑내기 여자애 한 명을 알게 됐다. 똑 부러지고 긍정적인 힘을 가진 아이였다는 게 기억난다. 그 친구와 그런 인연이 있은 후 10년이 지났을 때즈음 인스타그램 DM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었다. 디저트 가게를 차리는 그 친구에게 언젠가 시간이 되면 놀러 가겠다며 가게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해줬었다. 그 당시 나는 부산에 있었고 친구가 차린 디저트 가게는 결국 놀러 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또 2~3년이 흘렀고 어쩌다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되었는데 13년 만에 처음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크게 어색하진 않았지만 13년 만에 만났다 보니 목소리가 기억이 잘 안 났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때 한 1분 정도는 '이 친구가 이 목소리를 갖고 있었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무 궁금했다. 친구는 결혼을 했고, 제빵사로 10여 년을 일한 뒤 자신만의 가게를 차려 몇 년간 잘 운영을 해왔다고 했다. 작년부터 장사가 잘 되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지금은 가게를 양도하려고 준비를 한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은 공무원이었다. 어떤 직군인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와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고민 끝에 남편에게 말을 했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더 늦기 전에 해보라며 응원을 해줬다고 한다. 만약 입장을 바꿔서 남편이 잘 되는 가게를 양도하고 공무원 공부를 1년 넘게 해 보겠다는 말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면, 남편이 자신을 응원해 줬던 것처럼 본인은 못해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내 가치관과 상대의 가치관을 공감받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새로운 선택과 도전을 응원해 주고 지지하는 것
세상에 내 편 하나도 없어도 그 사람만은 내 편이 되어주는 것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는 게 이런 거구나.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는 건 이런 말인 거구나 싶었다. 내가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과 상대가 나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이 비슷하거나, 한쪽이 잘 따라가는 입장이면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응원해 줄 수 있는 거구나.


아무리 대화가 즐겁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더라도 상대와 큰 인생 틀에서의 가치관이 잘 맞지 않으면 관계 지속이 어렵다. 기혼자와의 만남은 배울 것투성이다. 나보다 수많은 결정을 앞서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연애, 결혼 같은 이슈에 있어서는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혜안을 구하기보다는 옆에 잘 살고 있는 기혼자와 대화를 해보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걸 느끼는 하루였다.


내일은 또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이 펼쳐질까?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의 댓글과 공감은 제가 글을 쓰는 큰 원동력이 됩니다 :)


이전 07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