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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심리상담 신청기

슬픔을 몸에 담아두면 병이 된다

by 김둥둥

나는 우울감과 우울증 사이 그 언저리에서 서 있다. 아마 2주간 지속되지 않고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면 우울증까진 아닌 모양이다. 잠시 지나가는 우울감이지만 코로나 상황과 겹치며 우울증으로 착각을 하는 날도 있긴 했다.

며칠 전 심리 상담을 접수했다. 나에게 맞는 심리 상담 전문가를 매칭 해주기 위한 상담이었다.

내가 상담을 통해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등을 말하고 신청서에 쓴 내용을 토대로 문제가 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런 시간이었다. 나는 내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저는 의존적인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누군가 꼭 옆에 있으면 좋겠고..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해요. 이런 슬픔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고 극복하고 싶어요."


신청서에는 내가 겪은 일을 간략히 적었었는데, 상담 선생님께서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주로 싸웠는지, 힘들었던 점은 뭐였는지, 다툴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등에 관해 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도 물어보셨다.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버지랑의 관계는 어땠는지, 어머니랑은 언제 이혼하셨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고 아빠의 무능함과 폭력성을 많이 원망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수술 후 회복하지 못해 돌아가셨다고 답했다. 아빠 얘기를 다 한 뒤엔, 학교 들어오기 전엔 뭘 했는지도 물어보셨다. 나는 여행을 길게 했었다고 말했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이집트 다합에서 만난 인연들)과 둘러앉아 밥을 해 먹는 등 함께 지내면서 행복해서 눈물이 났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상담 선생님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상담사 배정을 위한 접수 상담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 눈물이 나는지 모를 정도로.. 선생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봤다. 내심 놀랐다.


선생님이 상담 중간중간 내게 말했다.


“충분히 울지 못했군요."

“충분히 애도할 시간을 주지 못했군요."

“그런데도 담담하게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러는 걸 보니, 정말 담담하게 이 상황들을 잘 견뎌왔네요."

“살면서 혼자 많이 외로웠겠어요 정말로."


그런 말을 들으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가 많이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해맑아 보이는 척하고 담담한 척해도 외로웠구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위안이 되었다. 공감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거구나.


그 후로도 나는 힘든 마음이 들 때면 집에서 엉엉 울고 있다. 상담받은 날, 어제, 오늘 모두 밤낮 상관없이 슬픈 마음이 차오르면 나는 울었다. 슬픔이 내 안에서 외부로 나올 때 그것은 눈물로 응축돼 흘렀다. 그렇게 눈물 흘림도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다. 힘들면 힘들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말할 줄 아는 사회 분위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눈물이 나면 참지 말고 펑펑 쏟아내는 사람이 더 많다면 정말 좋겠다. 나처럼.


이번 상담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처받은 것을 숨기고 속이 곪아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혼자 힘으로 안간힘을 써봐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힘든 이야기를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감정을 해소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을 돌봐야 한다. 슬픔을 몸에 자꾸만 담아두면 병이 생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병은 몸도 병들게 하니까. 몸에 담아둔 슬픔을 눈물로 쏟아내자. 더 이상 나올 슬픔이 없어질 때까지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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