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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말이 왜이리 좋은지

외로움을 느끼는 건 당연해요

by 김둥둥


저번 주에 이어 두 번째 상담을 받고 왔다. 학교에서 받는 상담이기 때문에 대면으로 진행할 수 없어 zoom을 통해 선생님과 나는 얼굴을 마주 봤다. 선생님은 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는 선생님에게 따뜻한 공감 한 마디를 들을 때, 선한 눈매를 돋보이게 해주는 미소를 볼 때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 처음의 시작은 저번처럼 선생님이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먼저 물어봤다. 나는 말했다.

"저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하면 맞춰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제가 혼자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면 좋겠어요."


내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은 자신이 해야 할 말과 어떤 마음의 영역까지 오늘 이야기를 할 것 인가를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둥둥씨는 겁이 많거나 두려움이 많은 편인가요?" 선생님은 다음의 설명을 덧붙였다. “첫 번째는 귀신 등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 두 번째는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느끼는 두려움, 세 번째는 ‘그때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 사람이 이렇게 느끼면 어떡하지?’같은 생각을 하는 두려움. 이 세 가지 중에 어떤 것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우선 첫 번째는 무서움이 있긴 하지만 평소에 그것 때문에 두려움에 떨진 않으니 패스. 두 번째 두려움은 사실 좀 헷갈렸다. 내가 좀 그런 편인가 아리송해서 모르겠다 했고, 세 번째 두려움은 나에게 해당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말했다. 선생님은 심리검사지를 보니 내게 두 번째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 감정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외면하며 그 감정 위에 다른 것들을 덮어버릴 거라고. 그러다 나중에 아주 작은 것으로 그 감정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생각해보면 너무 힘든 일이 이번 해에 많이 몰아 쳤었다. 그럴 때 아주 담담히 이겨냈다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러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정말 많이 울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게 슬퍼서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다른 힘들었던 것들이 겹쳐져 생각나 눈물이 많이 났다. 물이 가득한 풍선이 터져버린 것이다.


그다음엔 친구들과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떤지 질문을 받았다. 친구들과는 잘 지내며 남자 친구를 만나면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게 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는 지금은 좋으나 어린 시절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사실 엄마는 표현을 잘 안 하시기도 하고 워낙 힘들게 살아오셨던 터라 이렇다 할 추억거리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아니 그 이전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가족과 집이 내 안전 기지는 아니었다.


그러다 내가 스물한 살에 호주로 떠났을 때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는 것을 오빠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 처음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걸 느꼈다. 물론 아주 어렸을 때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기억에는 엄마와의 좋은 추억이 별로 없다. 엄마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애정을 받지 못 한 건 사실이었다. 선생님에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다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이라 조금 빨리 말한다며 내게 어린 시절 애착이 잘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실은 그렇다는 걸 인지는 하고 있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스물한 살 때부터 부단히 노력해왔는데 매번 잘 되지 않았다. 어찌나 누가 옆에 없으면 허전하고 공허하던지.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근데 아무리 책을 읽고, 남자 친구를 만나도 해결되지 않고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애착 형성이 불안정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 세 가지 정도 있는데 하나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하나는 어머니와의 애착관계를 포기하고 다른 대상을 찾는 것, 그리고 하나는 뭐라고 말하셨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항상 어머니가 아닌 다른 대상을 찾고 있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애’라는 선우정아의 노래가 떠오른다


사랑받고 싶어요. 더 많이 많이~’


어머니와의 따뜻한 유대관계. 아니 그것 좀 적게 했다고 여태껏 영향을 미친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그럼 도대체 나는 어떻게 내 감정을 잘 해소하고 외로움을 잘 조절(?)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걸 눈치채셨는지 선생님은 말했다. "둥둥씨가 친구들이랄지, 남자 친구랄지 다른 대상에게 몰두했던 건 정말 당연한 거고,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거예요. 앞으로 저랑 같이 둥둥씨를 탐구해나가면 돼요. 지금 이렇게 상담을 신청해서 왔다는 건 마음을 빨리 해결해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요.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고 방법을 찾아봐요."


과연 나를 탐구해서 내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수 있을까. 그래도 내게 그런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니 든든하기는 참 든든하다. 과거의 나의 감정과 현재의 내 감정 모두를 이해하고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지금 이 상담의 시작이 누군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날갯짓이 되기를!




*'심리검사, 심리'를 검색해서 제 글을 찾아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에 빠진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용기를 내셨으면 해서 심리상담을 받는 이야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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