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by 김둥둥


얼마 전의 일이다. 불현듯 외로움이 찾아왔다. 월경증후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일단 먼저 들었다. 그다지 우울할 일도 없는데 느닷없이 우울감과 외로움이 폭풍처럼 밀려와 2~3일간 마음이 뒤숭숭했다. 누군가 건드리면 톡 하고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우울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평소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그날따라 집중이 잘 안 되고, 울적했다. 도저히 공부할 기운이 나지 않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분이 울적하다는 말에 친구는 언제든지 좋으니 만나서 이야기하고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적당히 좋았을 그 대답이 그날따라 유난히 더 감동으로 다가왔다. 눈물이 났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 정도로 감정적으로 예민한 날이 사실 요즘은 많지 않았는데.


그날은 공부를 일찍 끝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Y가 생각났다. Y는 늘 강해 보이고 단단해 보이는 멋있는 여자였다. 외면만이 아니라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라 가끔씩 힘든 일이 있을 때 찾게 되는 사람이다. Y에게 외롭다고 말했다. 외로울 때는 뭘 하는지 물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답이 돌아왔다.


"난 사실, 외로운 걸 잘 못 느껴."


조금 전까지 사람은 다들 외롭다고 했던 Y가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독할 때는 있다고 했다.


"난 외로운 게 싫지 않거든. 남들이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에 그냥 혼자 고독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 그리고 혼자 고독을 즐기는 주인공 빙의를 해. 근데 외로운 건 나쁜 게 아니야."


나는 늘 외로움은 나쁜 것, 슬픈 것,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 심리상담을 받고 안정적인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야 조금씩 외로움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는데, 이번의 우울감과 외로운 마음은 너무 오랜만에 큰 타격감을 가지고 찾아와서 어찌할 줄을 모르게 됐다. 그런데 Y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외로운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Y는 이어서 말했다.


"외로운 건 낭만적인 것 같은데 나는"


책이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로 나에게 외로움을 낭만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외롭다고 하면 누구나 살면서 그럴 때가 있지 혹은 왜 외로워? 혹은 남자 친구 소개해줄까? 이 중에 하나인데, 외로움이 낭만적이라니..


외롭다고 느껴질 때는 '음, 외롭군. 왠지 낭만적인데?'라고 스스로를 세뇌하고 즐겨보라는 Y의 말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또다시 생각에 빠졌다. 외로움이 나쁜 게 아니고, 내가 즐기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썩 즐거운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맥주 한 잔은 어떨까. 나는 바로 집을 나섰다. 병맥주 한 개와 콘치즈를 만들 재료를 샀다. 집에 와서 콘치즈를 만든 뒤 넷플릭스를 보며 맥주와 콘치즈를 먹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기분이 나아졌다. 혼술을 좀체 하지 않는 나인데, 혼술이 나를 이렇게나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감정은 내가 원하고 생각한대로 흘러갔다. 내 마음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아로새겼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했다.


그 후로 6일 뒤 생리가 시작됐다. 역시는 역시다.


많은 시간 외로움에 빠져 있는 건 좋지 않은 신호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월경증후군에 의한 우울감이나 한번씩 찾아오는 감정 기복이라면 그 감정을 애써 밀어내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렇게 외쳐보자.


"음, 외롭군. 왠지 낭만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