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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Nov 15. 2021

프리다칼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

<삶이여 영원하라>

최근 쇼미더머니 10에 나온 노래인 'Wake up'을 자주 듣는다. 그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Ah 비바 라 비다 우린 비바 라 비다'


가성으로 감미롭게 부르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좋아서 자꾸만 머리에 맴돌았다. 애인 앞에서 촐싹거리며 노래를 자꾸 흥얼거렸다. 콜드플레이의 노래 제목에도 있는 viva la vida 이 문장이 알고 보니 프리다 칼로의 생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 적힌 문장이었다.


Viva La Vida, 1954

Viva La Vida는 '삶이여 영원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생이여 영원하라.. 어떻게 그녀는 극심한 고통과 좌절의 연속인 삶 속에서 삶을 마감하기 전까지 인생을 부정하지 않고 늘 희망을 보려고 노력했을까. 그녀의 그런 정신을 나는 흠모한다. 닮고 싶다. 그녀의 마음가짐처럼 나도 강해질 수 있을까. 그녀의 말마따나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일까.


온몸이 조각나고, 세 번의 유산을 겪고, 사랑하는 남편은 외도를 하고, 심지어 자신의 여동생과도 외도를 한 남편을 둔 프리다 칼로였다. 인간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불행은 모조리 겪은 것만 같은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열정 그것 하나 만으로 간절히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닐까. 그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천장에 달린 거울을 보고 자신의 자화상을 그렸고, 등과 허리를 쓸 수 없게 되었을 때도 집에서 그림을 그렸다. 자신의 아픔을 그림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슬픔과 고통으로 지새웠을지 나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The Broken Column, 1944


러시아의 소설가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어떤 믿음을 가지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우리의 인생은 달려 있는 게 아닐까. 프리다 칼로도 쉽게 좌절하고 삶을 의욕 없이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그것의 정반대였다. 자신의 고통을 죽는 날까지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프리다 칼로의 인생처럼 엄청난 시련과 굴곡진 삶을 살지는 않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본래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든 법이니까) 부모님은 고의가 아니었겠지만 내 안정적인 마음의 영역을 자꾸만 침범했다. 그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는 무언가는 아니다. 언제든지 우리 가족은 해체될 수 있다는 불안함 속에서 오래 지냈다. 그때의 나는 딱히 인생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잘 몰랐다. 어쨌든 세상에 태어났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래도 내 옆에 있으니까 살았던 것 같다. 물리적인 아픔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이 여느 평범한 가정의 아이처럼 그렇게 건강하진 못했다. 이렇게 자꾸만 내 기억 속에 있는 과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묻어두면 아프기 때문이다. 자꾸 꺼내어 안아 주어야 해소둰다.


가족으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야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남겨진 오빠에게는 두고두고 미안한 선택이었다. 비록 나는 집에서의 괴로운 상황 속에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도망쳤지만, 앞으로는 내게 다가올 어려운 일들은 당당하게 맞서서 이겨내고 싶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라던 이효리의 말처럼 앞으로 인생에 어떤 힘든 일들이 펼쳐져도 그 과정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키고 싶다. 그리고 끝내 '삶이여 영원하라!'고 외치고 싶다. 그렇게 평생을 살면 불행하진 않을 것 같다.


삶을 긍정하는 것만큼 더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인정하고, 나를 긍정하라고 외친 것이 아닐까.


Viva La Vida! 삶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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