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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y 27. 2022

나이가 들면 삶의 취향이 뾰족해진다

수영 강습받기

매주 세 번씩 수영 강습을 받는다. 수영은 올해 초 1월, 2월까지 다녔는데 코로나 때문에 휴관하는 바람에 두 달을 쉬었다. 지금은 다시 다니고 있다. 자유형도 못하고 물만 먹던 내가 자유형도 배영도 어느 정도 능숙하게 되었다.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평영을 배우고 싶어 시작했기에 조금 더 배워야 한다. 지금 배우는 평영 발동작, 연결 동작이 어렵긴 하지만 재미있다. 몸이 잘 안 따라주니까 성질도 나는데 그래도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거니까 성질내는 내 마음도 썩 귀엽다.


수영 강습을 마친 뒤 다음 강습이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남아서 연습을 한다. 이렇게 10분씩 하는 게 효과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빠지지 않고 매번 남아서 연습한다. 그런 내가 대견하다. 잘 되지도 않는 평영 팔 동작을 열심히 허우적거리다가 멋쩍게 물속에서 나온다. 샤워장으로 들어가 씻고 머리를 반쯤 말린다. 밖으로 나오면 저녁 공기는 아직까지 시원하고 바람이 잘 분다. 그래서 버스 타러 가는 길마저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버스를 타면 항상 맨 앞자리 우측에 앉는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면 행복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바디로션 향과 샴푸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기분이 정말 좋다. 이래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 거구나 싶다. 나도 이래서 버스로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며 수영을 다니고 있구나 싶다.


집에 돌아오면 수영용품과 세면도구를 정리한다.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수영복이 축축한 상태로 방치되니까 무조건 가자마자 한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면 한숨 돌린다. 그러나 아침에 먹은 설거지 거리가 반쯤 쌓여있고 부랴부랴 나가느라고 정리하지 못 한 화장대 위 드라이기와 면봉, 휴지조각들이 눈에 밟힌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바닥에는 왜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을까. 재빠르게 설거지를 해치우고 화장대를 정리한다. 청소기 돌리기는 너무 늦었으니 내일 돌리자고 마음먹고 늘어뜨려 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한다. 그러면 9시~10시가 된다. 애인과 전화를 잠깐 한다. 그리곤 급한 과제가 있으면 우당탕탕 그러나 꼼꼼하게 해치운다. 과제를 하는 중에 일기를 쓰기도 하고 하루 일과를 다 마무리하고 자기 직전에 일기를 쓰기도 한다. 몸은 조금 지치지만 수영을 해서 좋아진 기분이 자기 직전까지 지속된다. 조금 더 긍정적인 내용의 이야기들로 일기를 써 내려간다.


운동할 때 분비되는 엔돌핀 덕분에 기분도 좋고, 물 속이라 땀이 흐르는 것도 아니니 상쾌하다. 수영은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 자취방에서 홈트하는 건 귀찮아서 안 하게 되고, 밖에 러닝 뛰는 것도 마음먹고 나가야 하고 여러모로 수영이 지금 내게는 딱 좋은 것 같다. 나중에 바빠지고 여건이 안 되면 그만두어야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열심히 배우고 싶다. 그래서 올여름 바다에서 스노클링도 하고 헤드업 평영도 해보고 싶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느낀다. 나이가 든다는  주름이 늘어가는 것도 있지만  삶의 취향이 조금  뾰족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둥글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의 취향이 점점 갈고 닦여 뾰족한 세모가 된다. 그렇게 세모가  취향에 꾸준함이 더해지면 세모에 기둥이 붙어 이렇게(-) 되는  같다.  모양은 지표가 되고, 그 지표는 각자 걷는 인생의 방향이 되는  아닐까. 수영 이야기를 하다가 꽤나 진지해졌다. 나는 이런  진지함도 좋다. 사람이 뭔가 괴짜같지만 가벼워 보이지는 않으니까.


자기 전에 엎드려서 평영 발차기 연습하고 자야지. 힙업에도 좋은  같다. 거울을 보면 요즘 엉덩이가   되는  느껴진다. 예전에는 엉덩이에 힘을 줘도 말랑했던  같은데 역시 수영은 좋은 운동이 아닐  없다. 여러모로 기분 좋아지는 수영. 나는 수영 예찬론자가 되어버린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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