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나기 어려운지 이해가 안됐다.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 검증 받은 외국인 리더들이 주요 요직에서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고 인사제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가져가만 준다면 분명히 바뀔 꺼야”, 라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시도를 한다면 반듯이 성공 하리라 믿었다.
LG전자의 본사의 글로벌화 실패
MBA에서 HR을 전공을 하던 2007년 무렵 나에게 충격적이고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LG전자의 수장으로 취임한 남용 부회장이 글로벌화를 가속하고 조직체계를 선진화한다는 목표로 CHO(최고인사책임자) 포함, C레벨(부사장급)의 주요 고위 임원자리를 외국인들로 채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LG전자 C레벨 7명 중 CTO(최고기술책임자) 와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제외한 5명을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로 채워졌다.
나는 제발 이 파격적 실험이 성공하여 대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서, 더 이상 쓸데없는 눈치, 야근문화와 상명하복의 군대문화를 바꿔 주는 Change Agent가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를 져버리고 LG전자의 글로벌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실적부진을 이유로 3년 후인 2010년 5명의 외국인 임원이 모두 퇴진했고, 남용 부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에 정말 왜 실패했는지 의아해서 자료를 찾아보니 영어로 말하고 원칙을 강조하는 외국인 임원과 한국인 사이에 소통문제와 오너 및 그 측근 위주의 경영방식과 부합하지 않는 점들을 주로 꼽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도 삼성, 현대, SK, 두산 등 여러 기업들이 ‘글로벌화’의 촉진제로 외국인 임원들을 영입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외국인 CEO인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과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사장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들로, 외국인 임원들도 한국 본사에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권한을 부여해 준다면 크게 기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렇듯 뛰어난 성과를 낸 사례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의 외국인 임원들은 성과를 내치 못한 체 계약기간인 2~3년만 채우고 떠나간다.
한국 본사 글로벌화의 장애물들
나는 과거 경영기획팀에서 기업문화, 외국인 인력 활용, 글로벌 조직구성, 핵심 역량 등의 다양한 접근을 통해 회사의 글로벌화에 대한 고민을 하였으며, 현재는 인사팀 Global HRD 담당자로써 국내외 임직원들의 글로벌화 및 이문화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들은 본사의 글로벌화가 왜 실패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눈을 뜨게 해줬다. 한국 조직의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기존의 관행들이 얼마나 고치기 힘든지, 사내정치가 객관적인 지표보다 얼마나 영향력이 큰지, ‘글로벌’이라는 화두 자체가 얼마나 기존 조직들에게 위화감을 주는지 등을 경험하였다. 또한, 그 이전에 한국문화 속에 녹아 있는 뿌리깊은 유교사상, 단일민족이라는 특성,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 등은 한국회사의 글로벌화를 더더욱 힘들게 하는 장애물들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Differences are not intended to separate, to alienate. We are different precisely in order to realize our need of one another.” – Desmond Tutu
“다름이란 나누거나 소외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정확히 깨닫게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사람들로 구성된 한국 본사가 외국인 임원 몇 명 영입만으로 단번에 Global화가 되긴 힘들다. 장기적인 비전과 지속적인 투자로 조직 구성원, 회사 문화 및 인프라의 글로벌화가 단계별로 병행되어야만 한다. 물론 외국인 임직원들도 한국의 문화와 관행들을 이해하고 변화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단계적인 글로벌화에 대한 고민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아공 대주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Desmond Tutu의 말씀처럼 한국과 외국인 임직원이 서로 다르다고 배척하지 말고,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협업을 통해 채워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