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한국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 언제부턴가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표방한 문구다. 아마도 외국인 고객과 임직원들이 ‘한국’ 회사로 인식 되지 않을 만큼 운영 시스템, 의사결정 방식, 기업 문화 등이 국제화된 조직을 머릿속에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글로벌 기업은 대한민국에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펄뮤터(H. V. Perlmutter) 교수의 EPRG모델에 따르면 기업의 국제화(Globalization)는 본국 중심(Ethnocentric), 현지국 중심(Polycentric), 지역중심(Regioncentric), 세계중심(Geocentric)으로 단계를 거쳐 변화해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1. 본국중심기업(Ethnocentric) : 본국 사람들이 현지인들보다 더 뛰어나고 믿을 만 하다는 관점을 가지고 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을 요직에 두고, 현지인들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한다. 본사에서 대부분의 전략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2. 현지중심기업(Polycentric): 현지인에게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권한과 자율성을 준다. 본사와의 소통, 전 세계 자회사들과의 원활한 협업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3. 지역중심기업(Regiocentric): 각 지역별로 다소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기업 형태로 본국의 본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역 본사에서 각 지역 내에서의 독자적인 운영을 한다.
4. 세계중심기업(Geocentric):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본사와 현지 자회사들 간에 차별을 하지 않는다. 사람, 제품, 기술, 문화 등이 자유롭게 교류되며, 인재와 자본의 흐름도 자유롭다.
Source: What Do We Know From ERPG Model? (Krzysztof DRACHAL)
유럽, 미주, 동남아 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문화 강의를 하고, 다양한 Industry (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및 조직 (한국 본사, 지역 본사, 현지 법인, 사무소 등)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한국 기업은 아직도 본국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고 해외에 오랫동안 진출해 있는 한국 대표 기업들 조차 말이다.
글로벌화(Globalization)의 장벽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중심(Geocentric)의 기업을 열망하지만 아직 본국중심에 머물러 있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장벽으로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단일민족’이라는 특이성, 즉 ‘우리’ 사람만을 신뢰하고 쓰고 싶어하는 문화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한다. 단일민족에서 오는 ‘우리’라는 소속감과 단결력은 다른 국가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이 강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강력한 공채 문화,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 한국 본사 위주의 과도한 관리 (Micro-Managing) 등은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것은 나와 다른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배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친숙한 한국 사람만을 쓰고 싶으니, 자연스레 현지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배척하게 됨으로써 현지국 중심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오너 또는 총수라고 일컬어지는 ‘독재자’로부터 파생되는 ‘상명하복 문화’이다. 한국 재벌 총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서, 사장들도 감이 토를 달 수 없는 존재이며 회사의 평가부터 전략방향까지 모든 것에 대한 최종 결정자이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경영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윗사람의 의견에 따라주는 ‘유교문화’ 사상이 뿌리깊게 박혀 있으며, 대부분이 ‘무조건적인 복종’이 요구되는 군대생활을 경험한 ‘한국 남자’들이 전세계 요직에 앉아 있는 이유이다.
우리가 글로벌화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언급한 장벽들은 쉽게 바꿀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도 본국중심기업(Ethnocentric)을 넘어 세계중심기업(Geocentric)의 기업으로 나아 갈 수 있을까? 어떠한 문제점들이 예상되는가? 인사(HR) 및 인재개발(HRD)는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할까? 수 많은 의문점들이 생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정 글로벌화 하고 싶은 리더의 의지가 있고,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글로벌 혁신을(Glovation) 추진을 하면 가능하다고 확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