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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티 Sep 28. 2021

복직 후 눈물이 날 것 같은 날

아, 남편도 이랬을까?



복직한 지 21일째 되는 날 퇴근길이었다.


퇴근하자마자 걸려온 전화 1.

주인공은 첫째 언니였다.


엄마랑 전화하다가 이래저래 해서 짜증을 내고 전화를 끊었다며, 답답하고 화가 나서 통화를 못하겠으니, 대신 엄마의 마음 좀 물어봐달라는 전화였다. 우선 전화해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자마자…





 두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받자마자 수화기 넘어 숨넘어가는 딸의 울음소리에 버스에 사람이 가득 차있어 평소에는 아주 아주 작게 통화하는데 창피함도 모르고 엄마 가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달랬는데, 달래지지 않던 아기가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까 진정이 된다며 어디쯤이냐는 남편의 지친 목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나 방금 버스 탔는데.. ㅠㅠ 한 시간 거리를 버스로 출퇴근하는데 금방 갈 수도 없는데.. 아픈 건 아닌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절반쯤 왔을까? 걸려온 세 번째 전화는 둘째 언니.

(세 자매 중 저는 막내입니다, 셋째)


멀리사는 엄마가 최근 거처를 옮기시려고 고민 중이신데 연세도 있으시고, 각자 분가를 이미 한 상태라 집 문제와 직장문제 때문에 이래저래 고민이 많으시고, 우리 자매들도 그에 따라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 중인데 명절에도 멀리 사시기도 하고, 요양원에서 근무하셔서 얼굴을 못 뵀는데 일도 너무 힘들고, 명절에 너무 우울해서 죽고 팠다는 말을 했다는 엄마..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버스에 내려서 숨 쉴 틈 없이 아직도 울고 있는 건 아닌지 딸 걱정에 엄마 걱정에 헐레벌떡 뛰어들어가니

아이는 자고 있고, 온 집안은 난장판.




그래 안다 육아하면서 집안일 하기가 어찌나 힘이든지. 한참 걸어 다니기 시작한 아기의 활동량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하지만ㅠㅠ 하지만..

마음도 심란한데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거리들(?)에 한숨이 푹.


퇴근하고 집에 오면 쉬고 싶은데 쉬지 못했을 과거의 남편이 떠오르며.. 이랬겠구나 싶지만, 반성은 짧았고


아기 베개를 더러운 바닥에 두었기에 한마디 말하니, 잔소리 좀 하지 말라는 남편ㅠㅠ 입장 바꿔보면 겨우 애기 달래고 숨 돌리는 중이라 나였어도 짜증이 났을 상황인데, 지금은 이해가 되지만 나조차도 이 날따라 맘에 여유가 없어서


 “잔소리할만하니까 하지!!”


소리를 빽 지르고.. 운동가라고 남편을 내쫓듯이 보내고 설거지, 빨래 등 밀린 집안일을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이를 낳았어도 나도 아직 애인가보다.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식에 대한 미안한 마음, 걱정스러운 마음과

틈틈이 해야 하는 집안일 그리고 새로 적응해야 하는 업무들에 마음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우울해한다니 거리도 먼데..

어찌해줄 수 없는 상황도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걱정하실까 봐 눈물을 꼭 꼭 참았다.


난 갱차나..






육아휴직 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도 한가득인데  나도 모르게 카톡이나, 말로 이래저래 자꾸 참견하게 된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데 쉽지 않다.


엄마로서의 내 역할

딸로서의 역할

아내로서, 동생으로서의 역할


뭐하나 제대로 해나가는 게 없는 것 같아 속상했지만, 치느님과 맥주 한잔으로 털어 낸 날이었다.



앞으로도 달라진 육아 형태와 상황으로 인해서 어려움이 많겠지만 치느님과 함께 잘해나가야지 다짐하며 하소연의 글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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