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 동네에
논도 밭도 아닌, 물 잠긴 자리
아무렇게나 붙인 듯한 이름 —
미나리꽝
그곳엔
말없이 자라던 것들이 있었다
미나리,
등 돌린 여인들,
잦아들던 웃음,
그리고
곁에 선 어린 나
이마에 묶은 수건 끝이
바람을 따라 흩날리던 오후면
여인들은
무릎까지 찬 물속에 몸을 기울여
파란 잎새들을 건져 올렸다
그 손끝마다
젖은 햇살 같은 냄새가 배어 있었다
나는 그때
거머리가 무엇인지 몰랐다
검은 실핏줄 같은 것,
가난이 남긴
이름 없는 감각
장화 속으로 스며들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다음 날이면 또,
그 물로 들어가곤 하던
운명 같은 공포
미나리는 날마다
똑같은 잎을 되풀이했고
그 되풀이엔
슬픔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가난도 그러했으니까
변하지 않는 얼굴로
제철을 견디는 방식으로
시간은 물 끝에서 흘렀고
이제는 향기만 남았다
코끝을 감도는
낡은 물살 같은 냄새
입 안에 번지던,
말이 되지 않던
시절의 맛
문득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자라던 속도가
미나리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을
소리도 없이, 물속에서,
누구의 손끝에도
닿지 못한 채
이제 미나리꽝은 사라졌고
여인들도, 거머리도, 아이도 없다
다만 물비늘처럼 흔들리는
기억 하나가
물 마른자리에
남아 있을 뿐
아무도 부르지 않는 이름으로
나는 거기 있었다
잊히기 위해,
아주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