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重의 예감

by 진경


어떤 감각은 발목 아래에서 시작된다.

아직 단단히 딛지 않은 땅,

피부보다 얇은 표면을 걷는 듯한.

나는 걸을수록

내가 떠오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멀리서 희미한 기계음 같은 것이 들린다.

전혀 기능하지 않는 의미들이

한 줄씩 스스로를 지우며 움직인다.

어떤 존재는 존재하지 않기 위해 태어난다.

나는 그것의 무게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손끝에서 끝없이 미끄러지던

비금속성의 감촉은 아직 남아 있다.


하루에 하나씩 문장을 잃는다.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 먼저 나를 떠나는 것이다.

침묵은

내 어깨를 누르지 않는다.

그저 어깨 위에, 아주 얇은 유리처럼

놓여 있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것을 ‘이탈’이라 부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빠져나오지 않는다.

대신 안쪽으로 무한히 밀려난다.

말의 안감, 생각의 반대편,

몸이 사라지지 않은 채

현존이 흐려지는 방식으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를 향해 걸어오던 어떤 감정을 멈춰 세운다.

그건 두려움도 희열도 아니었다.

그저

가라앉을 바닥이 없는 감각—

무重의 상태.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물리적 무게가 아닌

의미의 밀도로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

손에 잡히지 않는 자유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었다는 것.


이 세계엔 창이 없다.

벽과 벽 사이엔 온도가 없고,

오직 ‘없는 것들’만이

내 호흡보다 먼저 나를 지나간다.

나는 그것들의 뒤를 좇지 않는다.

그저 가벼운 응시처럼 떠 있는,

한 덩이의 감각이 된다.


그리고 끝내,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나는 가장 무거운 존재가 된다.

무중력이 아니라

모든 중력의 종착역으로서.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