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알람은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낡은 머그잔에
물을 붓고,
주전자 입에서
아직 말하지 않은 문장처럼
김이 흘러나오길 기다렸다.
누군가 묻는 일이
드물었다.
그의 대답들은 이미
방 안 어딘가에 흩어져 있었다—
창턱에 반쯤 꺼진 쿠션,
겉표지가 바랜 책 한 권,
종이가 빛을 삼키는
작은 탁상등.
그는 그것들을 치우지 않았다.
지워지지 않는 삶이
그런 식으로도 쌓인다는 걸
어느 날 문득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떠난 건 아니다.
다만 어느 오후,
그녀의 웃음소리가
벽 너머로 스며들지 않았고
그는 문고리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도
노크하지 않았다.
시간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저녁이면 작은 정원에서
흙냄새가 피어오르고,
그는 돌계단에 앉아
이끼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초록빛이
손톱 밑으로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조차도
언제부터 지워졌는지
기억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매 순간을
더 천천히,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책상 위에는
다 쓰지 못한 메모들이 있다.
아무도
그 문장의 끝을
읽지 않을 것이다.
괜찮다.
미완의 말들이
때로는
가장 길게 울린다.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삶은
더 오래 들렸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