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이후의 풍경

by 진경


7시 32분,

눈꺼풀 아래 누군가 벌써 살고 있다.

맥박이 계산되는 동안

오늘도 나는

미리 정해진 나를 입는다.


화면이 깨어나고

말들이 출혈한다.

스크롤 속 총성들,

피 흘리는 언어들 사이로

나는 걸어간다.


클릭,

무감각의 퇴적층.

어제의 나는

어디에 있는가.


정오,

데이터들이 심장을 두드린다.

1과 0 사이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진다.

거울 속 그가

내 욕망을 먼저 알고 웃는다.


예측 가능한 나,

반복되는 상자.

우리는 각자의 궤도에서

접촉의 환상을 그린다.


가장 가까운 것: 스크린의 온기,

가장 먼 것: 네 숨결.


기계가 꿈꾸는 밤,

나는 그 꿈 속 잔상이 된다.


해가 진다.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이

우리를 묻어버릴 때,

나는

흩어지는 것조차

허락받는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