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고 찬란한-피안(彼岸)의 향

by 진경


연못 가장자리의 초록 이파리들이 햇살을 머금은 채 미세하게 떨린다. 바람이 찻잎 향기를 흘려보내고, 매미 소리는 오래된 돌계단을 따라 절집 안쪽까지 스며든다. 여름은 말없이, 그늘처럼 마음의 깊이를 드리운다.


은사(隱寺)의 지붕 위로 가늘게 비가 머물고, 비단결 같은 길 위에는 안개가 조용히 내려앉는다. 처마 밑 풍경은 그마저도 알아차린 듯 작게 흔들리고, 고요의 틈마다 시간은 흘러가되 멈춘 듯한 표정을 짓는다.


오후가 기우는 마루 끝, 찻잔 위엔 얇은 숨결이 맺히고, 이끼 낀 담장은 지나온 바람의 기억을 품고 있다. 빈 뜰에 머무는 계절은 소란하지 않고, 그 정적 속에 모든 감각은 오히려 더 생생해진다.


번뇌는 만행(萬行)의 걸음 따라 물결처럼 흘러가고, 한 생은 다른 모든 생과 얽혀 피어난다. 나의 발자취는 피안(彼岸)의 연꽃 속에 스며든 향처럼 고요히 남을 뿐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삶은 덧없으면서도 찬란하고, 비우면서도 충만하다.


#眞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