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불가능한 경계 2

- 금이 간 시간의 지도 위에서

by 진경


어떤 결심은

목구멍 끝에서 머뭇거린다.

혀끝에 올라탔다가

다시 침으로 녹아내린다.


우리는 터질 것 같은 고요를 견뎠다.

폐광 깊숙한 곳에서

쇠스랑이 벽을 긁는 소리처럼

서로의 숨소리만 들으며.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첫 페이지를 찢어버리고

같은 장면만 되풀이했다.

벽돌 틈새로 스며든

누런 전단지들이

바람에 떨어질 때마다

우리의 입술도 함께 떨렸다.


한때 ‘혁명’이라 쓰인 깃발은

더 이상 펄럭이지 않는다.

그 대신

지하실 모퉁이에서

녹슨 파이프를 타고

누군가의 맥박이 기어간다.


나는 그것을

길 잃음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이정표가 뽑힌 들판에서

맨발로 방향을 더듬던 자들의

발톱 밑에 박힌 가시라 부른다.


침묵은 패배가 아니다.

그건 어떤 말도

함부로 뱉어선 안 될

입 안의 무게다.


이제야 우리는

구호 대신 구멍을,

속도 대신 호흡에 기대어

한 뼘씩,

다시 시간을 기운다.


금 간 지도 위에서도

우리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다.

다만 발바닥에 스며드는

진흙의 온도가

아직 흐르고 있다고,

이 순간이

아직 굳지 않았다고

중얼거린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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