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의 편지

by 진경


‘안녕’이라는 말이

너무 무거워

편지를 쓰려다

첫 줄에서 멈췄다.


‘잘 지내?’로 시작해

펜 끝에서 엉킨 말들.

종이 위에 떨어진

말하지 못한 시간들.


누렇게 익어버린

부치지 않은 편지들.

하얗게 식어버린

쓰이지 않은 문장들.


더 오래 머문

전하지 못한 말.

더 아름다운

도착하지 않은 맘.


편지지 위에 비치는

오후 네 시의 눈부심.

그대 이름 부르지 않는

나의 마지막 자존심.


*眞鏡




이전 02화빛의 모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