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던 자리

by 진경


길이 익숙하다는 건,

그 길에 남겨진 속도까지

몸이 기억한다는 것.


그러나 어느 순간

속도는 어긋나고,

거기서 모든 감정이

균형을 잃기 시작한다.


바람이 머물던 날이었다.


이른 저녁,

강가로 이어지는 길 위엔

자전거 바퀴 자국만

길게 눌려 있었고

잎사귀 하나 떨리지 않았다.


풍경은 그대로인데

바라보는 눈동자가 달라졌다.


광고 전단 하나가

전신주에 매달린 채

말없이 사계절을 버티는 것처럼,

몇몇 감정들은

도무지 제때를

알지 못한다.


바람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

한 사람의 걸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이

스쳐갔다.


어긋난 박자는

말로 맞춰지지 않는다.


길은 여전히 열려 있으나,

같은 마음으로 걷던

그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眞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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