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해보는 게 좋을 텐데~
대학교에 갓 입학한 병아리 시절 언니, 오빠들과 밥을 자주 먹었다. 그들이 해줬던 주요 조언 중의 하나는 CC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헤어지면 곤란하기 때문에. 나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는 무척이나 곤란했다. 청춘으로 빛나던 시간이 먹색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힘들었다. 게다가 졸업도 한참 남은 상황에서 헤어졌기 때문에 두 사람이 나란히 걷던 교정을 홀로 걸을 때마다 추억이 떠올라서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CC의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연애이고, 그 공간에서만 가능한 연애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두 사람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만나 함께 만들어가는 연애는 풋풋하고 설렐 수밖에 없다. 낯부끄러운 실수, 그때라서 가능한 유치한 이야기, 어설픈 표현, ... 여전히 이불킥 할 만한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귀여웠다. 지금 이렇게 귀여우면 나중에 진짜 막 40대, 50대 되면 더 귀여울 것 같다. 대학생 때의 우리가.
내 주변 사람들은 내 연애를 부러워한다. 이유는 주로 '사회인이 되어 소개팅으로 만나니 결혼도 생각해야 하고, 여러 모로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대학생 때 만났으면 그런 것 없이 정말 마음만으로 사랑했을테니까.' 대학생 때는 조건같은 것 크게 따지지도 않고,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는 때이긴 한 것 같다. 오히려 외모 취향과 전반적인 성격이 크달까? 근데 사실 나는 어느 정도의 조건을 남자친구가 충족했기 때문에 남자친구에게 반한 것이었다. 내 남자친구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데, 불필요하게 자존심을 내세우지는 않았고,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결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웃기지만 그때도 이미 나는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한 거다. 쿡쿡. 물론 조건 따져 결혼을 하는 어른의 책임감 있는 사랑을 나쁘다 말할 수는 없다. 내 사랑을 남이 정의할 수 없듯이 남의 사랑도 내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고, 내 사랑에 좋은 점이 있듯이, 그들의 사랑에도 좋은 점이 있다. 무엇보다 저마다의 인연을 만나서 사랑하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다. 마침 이 글을 쓰는데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서 글에 쓸 내용을 보충하고 싶어서 물어봤다.
"오빠, CC 하는 것 추천 해?"
맞다. 나는 추천할 거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다.
"CC?"
하지만 그는 CC의 개념조차 잊어버린 듯 하구먼.
"캠퍼스 커플 말이야."
"추천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그냥 하면 하는 거지."
아니, 나 지금 감상에 젖어서 글 쓰고 있다고.
"CC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
"장점이 어딨어? 그냥 연애를 학교에서 하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성 가득한 캠퍼스에서 하필 감성 없는 이 양반을 만나 21살 때부터 28살이 될 때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니, 기가 막히는구만. 학생 때는 돈이 없어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못했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남자친구가 강사로서 여기저기에 설명회를 다닌다고 데이트를 못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 크리스마스라서 별 다른 걸 하지는 않았다. 갈비찜 해먹고, 김밥 말아 먹고, 빙수 시켜먹고, 같이 글 쓰고 이야기하면서 놀았다. 크리스마스 따위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오늘 같이 있어서 다른 좋은 이유같은 건 없이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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