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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pr 28. 2021

때로는 기댈 줄 아는 것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나는 내가 성숙하다고 생각해왔고, 성숙하다는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뭉근하게 즐길  아는 것이라고도 생각해왔다. 그런데 부산에 혼자   2년이   되었고, 1년에 남자친구와 친구를 보는 일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내년에도 부산에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섞인 체념에 휩싸인 어느  나는 갑자기 너무 서러워져서 눈물이 났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나를 웅크리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 외롭지 않냐고 물어올 , "외롭지 않은데?"  때마다 사춘기 청소년처럼 또래가 주는 여운을 그리워하고 있었음을.
 그간 남자친구에게는 힘든 일이 있어도 어떤 일이 있어서 짜증 났다, 진짜 나쁘지 않냐  현상만 말했고, 진지하게 우울하다고  적은 없었다. '우울'이라는 단어는 어쩐지 내게는 금기어 같아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게   뻔한  같아서 소리 내어 말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남자친구는 그의 일만으로도 충분히 힘들 거라는  알아서 좀처럼 티를 내진 않았는데, 어쩐지 그날은 참기가 힘들어서  너무 우울하다고, 목소리 듣고 싶은데 통화해도 되냐고 물었다. 3초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허어어어엉 오빠......."
 " 부산 갈게. 간다?"
 " ... 너무 멀잖아..."
 "괜찮아, 오라고 말만 하면 . 오라고  얼른."

 남자친구는 운전면허를   상태였는데, 장거리 운전을 하게 하는  옳지 않은  같기도 하고 다음날 바로 다시 서울에 가야 하는 일정이라  번을 번복하다가,  정도인데 어떻게  가냐고, 장거리 운전도 해보고 싶었다고 해서 결국 알겠다고 했다.
 서울, 오빠의 집에서  번째 휴게소까지,  번째 휴게소에서 다음 휴게소까지, 그리고 우리집까지 연락이  되는 시간 동안 애가 탔지만 전화를  시점으로부터 7시간 뒤에 그는 나에게 도착했다. 호시탐탐 알아보다가 면허를 따자마자 뽑은 중고차를 타고, 내가 신입사원 연수  샀다가 입을 일이 하나도 없어서 버릴까 하다가 그에게  보라색 널디 트레이닝복을 입고, 내가 사준 정신 나갈 만큼 화려한 조던 운동화를 신고, 처음 해보는 장거리 운전에 눈이 새빨개진 채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행복하고 고마워서. 멋지기도 하지만 왠지  눈에는 귀여워 보이는 모습으로 주차를  남자친구는
 "어때?  사랑 인정이지?" 하고 웃었다.
 사랑하는 것도, 받는 것도 먹을 것으로 대표하는 나는 그를 끌어안고 외쳤다.
 "! 먹고 싶은   사준다!!!"

 하지만  12시가   시간이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밥을 대충 끌어다가 김치를 내놓고 냉동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녹였다. 달걀말이도 했다. 달걀프라이를  것을   귀찮게,   많은 그릇과 집기를 써서 달걀말이를 하는 것이  순간에는  사랑의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소박하게  상을 차린 나는  그래 왔듯이 생색을 냈다.
 "오빠, 달걀프라이가 아니라 달걀말이를 하는 거는 진짜 최고의 표현이야."
 "어휴 그럼~ 나는 맨날 햇반 먹어서 직접 지은  먹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

오빠의 장거리 운전 무용담을 화제로 쿡쿡 웃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솔직히  걱정  하지?"
 "."
 "그럴  알았어."
 "잘하고 있잖아."
 나는 여전히  자신에게 엄한 성격을 어디 주지 못해서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살고 있다고는 생각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서로를 배려하다가 끝내 만나는 것으로 결론 나버린 우리의 모습을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말할  있을  같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댈  아는 것이 성숙임을 깨달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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