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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pr 19. 2021

우리는 잊어버릴 수 없는 사이잖아

크러쉬(Crush)-잊어버리지 마(Feat. 태연)

 남자친구가 운전대를 직접 잡아 드라이브를 한 것은 처음이었던 날, 남자친구는 플레이리스트 재생의 주도권을 나에게 넘겼다. 한 번 빠진 노래는 계속 들으면서 들을 때마다 좋아하고 감탄하고 감동하는 편인데, 그때 한참 빠져있던 노래는 크러쉬님의 '잊어버리지마'였다. 크러쉬님과 태연님의 목소리가 참 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좋은데, 절절한 것 같으면서도 절제된 가사가 좋았다. 그 절제된 가사 뒤에 숨겨진 절절함을 또 알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잊어버리지 ' 틀어두고 한강과 도시가 만들어낸 야경을 바라보며 한껏 감상에 취해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멈추고 남자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우리 사이가 이런 느낌 아니야?"
 "? 무슨 소리야?"
 "아니, 우리가 그럴 거라는  아니지만, 여기 노래를 들어보면 언젠가 남이 되어도, 닿을  없는 사이가 되어도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잖아. 우리도 절대 잊어버릴  없는 사이잖아."
 헤어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남이 되는 거라고, 닿을  없는 사이가 되는 거라고 이야기하는 노래를 해치기 싫어서 대충 '그럴 '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했다. 우리는 내가 21 , 오빠가 25  만나기 시작해 지금 내가 28, 오빠가 32 되었고, 중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지, 찬란하고 자유로웠던 대학시절을 함께 했지, 특히 나에게는 첫사랑,  연애이기도 하고,  정도면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가 없는 사이다.

 "우리 사이가 다른 사랑과 다르게 특별하다기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중요한 시기에 서로를 만났어.  20대는 오빠잖아."
 "그치. 나도 마찬가지야. 24살에 대학생활을 시작했으니까."

 그는 수능을  번이나 봤다. 나는  오빠가 4수를  했겠냐고,  보면 모르냐고,  만나려고   아니겠냐고 이야기를 했었다. 대학생활을 함께 하고, 이별도 해보고, 멀리 떨어져 있는 연애도 해보고, 이제는 가는 곳마다 우리의 모습이 떠오를  있을 만큼인데, 노랫말대로 '혹시나 다른 사람의  잡고 있어도' 떠오를  같다. 생각은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는 것이기도 하니까.

 노래에서는 남이 되어도 닿을  없게 되어도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은 남이 되고 싶지 않다고, 닿을  없는 사이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직접 그렇게 말하는 대신, 설령 그렇게 되어도 너는 나에게 영원히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처음 연애를  때에는 이별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랐었는데,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둬도 불안하지 않을 만큼 성숙해져 버렸다. 미래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다면  선택조차 존중할  있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감정을 결코 잊을  없을 것임을 덤덤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가 어떻게 마무리되었더라? 우리는 맺고 끊음이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둘이서 나누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며 마무리가 되는 법이 별로 없다.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니까, 지금이 충분히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있을 뿐이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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