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하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만난 지 6년인지 7년인지가 된 우리 커플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생색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없다. 말이 중요할 때도 있고, 행동이 중요할 때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말이 아닌 것들에는 저절로 마음이 묻어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색의 배경에는 상대방의 사랑을 증명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 내 사랑을 마음껏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내가 너를 이렇게 많이 사랑한다고 상대방에게 말해주고 싶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마음을 당연해하지 않는다. 몇 년째 듣는 유치한 고백을 사랑스러워하고 고마워한다.
가끔은 상대의 사랑을 먼저 알아차리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만나러 와주는 것, 긴 하루를 보낸 후에도 잘 자라고 꼭 메시지를 보내고 잠드는 것, 서로의 부족함을 배려해주는 것, 그 배려를 알아차려주는 것. 상대방의 행동 하나하나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 고마움을 표현한다.
나는 직장인이라 주말에 쉬는데, 남자친구는 수능 국어 강사이다 보니 주말에는 새벽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고, 주중에 쉬는 날이 있다. 그 쉬는 날도 일정상 쉬는 것일 뿐이지, 끊임없이 교재를 쓰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만나러 와주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가끔은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냥 쉬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를 만나는 게 휴식이고 힐링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고맙다.
"쉬는 날 얼마 없는데, 잠도 잘 못 잔다면서.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어때? 찐사랑 ㅇㅈ이지?"
"응! 너무너무 고마워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하고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찐사랑을 인정해달라고 반짝반짝 눈을 빛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 떠오를 때 웃음이 난다.
한편, 남자친구는 강사 생활을 하면서 동종업계의 사람들이 연애도 못하고 일만 하는 걸 종종 목격한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잘 만나다가도 강사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못가 헤어진다고 한다.
"이런 생활 이해 못해주지. 7시에 만나자고 5시에 갑자기 말하고, 그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만나도 몇 시간 보고 땡인데."
"어때! 너무 고맙지?"
"응, 너무 고맙지."
"나 같은 사람 없다~"
있을 확률도 있지만 없다고 한다. 생색은 약간의 과장과 성급한 일반화가 필요하다. 아마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귀여운 스킬은!
"잘해줘야겠어~ 안 잘해줘야겠어?"
"나 지금 잘해주지 않아?"
"으음.. 맞지.. 잘해주지."
이런 게 웃기다. 자기가 잘해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본인의 마음에 대해 참 자신감이 넘친단 말이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누군가가 보기에는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오늘도 고마워하고, 생색을 내고, 우쭈쭈 잘 받아준다. 오늘은 글에 그런 걸 썼다고 자랑해야겠다.
"어때? 찐사랑 ㅇ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