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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y 28. 2021

그렇게 나만 빼고 모두가 멋져 보일 때가 있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기대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는 확신

 저는 불안한 것이 당연한 사회초년생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첫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행복, 자유, 부의 축적 같은 것으로의 첫걸음이요. 재미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무척이나 즐겁기도 하지만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지독하게 파면 저런 방법으로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즐겁게 살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 사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런 사람은 소수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멋져 보입니다.


 그렇게 나만 빼고 모두가 멋있어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통장 잔고가 0인 상태로도 꿋꿋하게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이 부러웠고, 어떤 곳에도 소속되지 않아 뭐든 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사람이 부러웠습니다. 심지어는 그냥 현재 상황에 만족하면서 사는 회사 동기가 부러웠습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었거든요.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미래가 불안했고, 그 불안함에 덩달아 출렁이는 현재가 불안했습니다. 그에 따른 결핍을 소비로 해결해보려고도 했습니다. 사치를 부리진 않았지만 하루하루 작게라도 위로를 받으려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소비를 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돈을 쓰면서 채우려고 하는 것,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두 가지인데 억지로 연결하려고 했고, 당연히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사춘기도 아닌 20대 중반에서야 뒤늦게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 상태를 이어나가는 것을 버거워하는 걸 지켜보시던 어머니께서는 다정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공부를 하라고, 그 부족함을 진짜로 채워보라고 하셨습니다. 뻔한 처방전일 수도 있겠지만 긍정 따위는 개나 줘버렸던 당시의 저에게는 그 말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왜 이런 모습으로 살게 됐지? 뭘 위해서 이렇게 살고 있던 거지?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빨리 여기에서 벗어나자'.


 그렇게 생각한 날부터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어찼던 것 같습니다. 겁이 나서 도전하지 못했던 주식에 대한 공부도 했고, 집도 사봤고, 강의를 듣고 글도 썼습니다. 돈이든 체면이든 시간이든 뭐든, 잃을까 봐 걱정했던 것을 기꺼이 잃어보겠다고 일어났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해 말, 일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상태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것저것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이전의 저라면 하지 못했을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청춘을 적절하게 쓰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마음을 먹는다면 몇 살에든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적당히 좋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주 유쾌하거나 즐겁지는 않아도, 적당한 온도 속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가진 것이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정감, 공부나 취미생활로 보내는 시간들로부터 오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뭔가를 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그런 것들입니다. 그 안에서 성취하는 기쁨, 한계에 부딪히는 짜릿함을 느끼다 보면 자유라는, 하나의 상태가 감정으로 느껴집니다. '나 지금 자유롭구나'.


 여전히 불안하기도 하고, 미래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잘하고 싶고, 더 행복하게 살고 싶고, 더 나은 상태로 가고 싶은 열망입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그 열망을 미래의 상황에 뒀는데, 지금은 그것을 현재 나의 행동으로 가져다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거라는 기대보다 어제보다 오늘이 낫다는 확신을 합니다. 이만하면 저만의 속도를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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