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May 21. 2021

사랑을 하시죠, 선임님

내 인생 어쩌누!

 저와 옆자리 선임님은 각각 3년차, 6년차 병에 걸린 직장인입니다. 선임님과 저의 요즘 대화는 업무에 대한 고민 반, 인생에 대한 고민 반입니다. 고객이 어떻고, 기술이 어떻고, 데이터가 어떻고 하다가도 우리 인생 어쩌냐며 한숨을 폭폭 쉬다가 웃고 떠들다가 숙연해지다가 난리입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얼마 전 한참 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하루는 선임님이 구매하신 코인이 수십 배가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저는 어쩐지 친절하고 똑똑하신 선임님이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가도, 나가시면 어쩌나 싶다가도, 왜 나는 코인을 안 했지 싶고 막 그랬습니다. 어쨌든 제가 소문을 낼 수는 없어서 입을 꾹 닫고 모르는 척하고 있었는데, 선임님 자리로, 그러니까 거의 제 자리로 주니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선임님 코인이 대박 났다고 선임님 앞에서 대놓고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선임님, 저 섭섭해요. 제가 제일 가까이에 앉아있는데, 제일 멀리 있는 제 동기가 선임님 소식을 들려주다니. 근데 설마 회사 나가시는 거 아니죠?"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쉿."

 그런가, 갸우뚱 하다가 이번엔 또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이 얼마 넣었을 거고, 그때 얼마에 들어갔다고 했으니까, 지금 그 코인이 얼마니까, 이 정도로 추정된다고 논리적인 근거까지 들이대고, 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다른 사람들도 '코인이 대박이 났다며?' 하고 물어옵니다. 선임님이 이제 사람들이 본인 말을 안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깨닫고는 빠른 행복회로 풀가동에 돌입하셨습니다.

 "잘 있어라! 저기 벤츠 보이지? 저거 하나 사주고 나가면 되겠니?"

 "그럼 핵인정이죠. 잘 가세요... 안 돼요 선임님, 선임님까지 나가시면 저 진짜 일에 치여 죽어요. 올해까지만 같이 해요."

 선임님이 진짜 나가실까봐 멘탈이 탈탈 털린 하루였습니다.


 선임님과 저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오래 만난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스타트업 공동창업자로, 국어 강사로 일개 회사원인 우리에 비해서 훨씬 앞서 나가 있다보니,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때도 많습니다. 며칠  코인이 떡락하던 어느 ,

 "선임님, 코인!!!"

 "...X 됐다."

 "그때 안 빼셨어요?"

 "쭉 갈 줄 알았어. 이렇게 갑자기 떨어질 줄이야... 여자친구가 괜찮대. 먹여살려준대."

 "와... 사랑을 하시죠, 선임님. 그게 남는 장사네요."

 "그래... 인생 뭐 있냐, 사랑하면서 살자."


 사실은 누구보다 꿈도 야무지고 스스로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3년차와 6년차 환자들의 대화였습니다. 사랑도 하고 자아실현도 하는 날이 오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 뜯어먹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