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과 운동의 상관관계
한동안 내 일상은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에게는 친절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는 불만을 가득 토로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생에 이런 시기는 늘 있는 법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러길 수개월,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는데, 살이 뒤룩뒤룩 찌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디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말라본 적도 없다. 사실 날씬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몸이 거기에 신진대사를 맞춰놨는지, 신경 쓰일 정도로 뚱뚱해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20대 후반에 들어서기도 했고, 스트레스받는 것을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그냥 뚱뚱해졌다! 그런데 또! 회사일 핑계, 저녁 시간에 하는 공부 핑계로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살이 더 붙었다. 살이 찌니 옷이 안 맞아지기 시작했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컨디션이 매우 나빴다. 몸을 움직이는 게 더 귀찮아졌다. 그러면 또 스트레스가 느껴져서 또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최악의 악순환이었다.
그러다가 계속 이렇게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부정적인 감정을 전염시키고, 어린 날의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나중에 크게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전염병도 걱정이었고, 원래도 홈트를 했던 터라 홈트를 했다. 원래 운동을 안 한 것은 아니었는데, 한동안 소홀해서 몸이 더 무거웠다. 3일 정도를 일단 해내면 그다음부터는 쉬운데, 그 3일을 넘기고 나서는 일주일, 한 달, 3개월, ...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맨몸 홈트를 거의 하다가, 변화를 주고 싶어서 덤벨도 샀다. 예전에 몇 개월 간 피트니스센터에 다닌 적이 있는데 무게를 올리는 맛에 꽤 흥미를 느꼈었기 때문이다. 하체운동만 좋아했었는데 상체운동도 시작했다. 운동을 쭉 따라 할 수 있는 영상뿐만 아니라 원리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영상도 봤다.
운동 초보가 으레 그렇듯 거울을 보고 괜히 이두, 삼두 근육을 구겨보기도 하고, 운동의 원리에 대해 좀 아는 것 마냥 남자친구에게 으스대기도 하고, 친구한테 "야, 나 여기 근육 잡힘. 땅땅함. 만져보셈!" 하면서 깔깔대기도 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웠고,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감량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는데, 운동 강도가 꽤 높아지면서 살이 좀 빠지고, 그런대로 또 재미가 있길래 '그 김에 음식도 조금 조절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샐러드도 먹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는 않았다. 악순환을 멈추려고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속 가능한 방법을 생각했다. 먹고 싶은 것도 거의 다 먹었다. 친구를 집에 초대해 수다를 떨면서 맛있는 걸 먹었고, 고향에 갔을 때는 엄마가 해준 음식을 우걱우걱 잘 먹었고, 여행을 갔을 때는 열정적으로 맛집을 찾아다녔다. 운동을 못하면 할 만할 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회사 3년 차 병을 극복하면서는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 운동 덕에 3년 차 병을 극복한 건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건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것이고, 운동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기분 좋은 말을 많이 하게 되었고, 한동안 신경질적이었던 면모도 쑥 들어갔다. 회사 일도 그럭저럭 다시 재미를 붙였고, 무엇보다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몸매를 떠나서 운동을 하고서 땀에 흠뻑 젖어 머리카락이 지들끼리 들러붙은 볼품없는 몰골도 내 마음의 눈으로는 나름 멋져 보이고 뿌듯한 기분이 드니, 그 성취감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게 큰 것이었다.
이렇게 건강을 챙기는 적당한 방법을 만들고 나니 뭔가 다른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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