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과 노력과 실수
어제는 컬링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의 올림픽 영상을 많이 봤다. 동계 스포츠는 하아얀 빙판이 배경이어서 그런지 뭔가 더 아름답고 시린 느낌이다. 눈가가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컬링은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가 있는지, 찌푸린 표정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는 건 처음이다. 첫 점프에서 크게 넘어졌지만 남은 시간을 더 강하고 아름답게 채운 차준환 선수에게서도 큰 감동을 느꼈고, 쇼트트랙은 그냥 그 자체로 벅차오른다. 나도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보게 되는데 당사자는 어떨까?
그 와중에 인생에 대해(!) 생각한 것 몇 가지를 써보려 한다. 세상은 대단한 사람들을 재능 또는 노력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주어진 재능이 참 중요하긴 하다. 왜, 그런 말 있잖은가? 천재는 99%의 노력과 1% 영감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사실은 1%의 타고난 재능이 0과 1을 결정짓는다는 뜻이라고. 그 말에 동의한다. 그런데 나는 어차피 천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천재가 아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천재인지 아닌지를 1과 0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했을 때, 1의 상태, 즉,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 삶이 정녕 의미가 없는 것인가 하면, 그건 아닐 것이다. 그 사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상태는 0.9 아닐까? 재능이 아니라도,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노력하면서 이 삶을 살아가면 어차피 천재는 아닌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전략이다. 라면을 조리할 때 끓지 않는 물에서도 시간을 좀 더 들이면 그럴듯하게 익는다. 봉지 라면에다가 정수기 뜨거운 물을 받아먹는 것도 그 나름의 맛과 매력이 있는 것처럼 나만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생각은 실수에 대한 것이다. 실수하는 것이 싫다. 본인이 실수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올림픽 선수들이 실수하는 것을 보면서, 실수라는 것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진짜 노력했음이 분명한 사람이 온 힘을 들여 경기를 치르다가 순간의 호흡이 흐트러져서 넘어진 것을 실수라고 한다면, 실수라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의 것인지. 실수는 노력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이겨냈을 때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라는 것을, 실패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선수들을 보면서 느꼈다.
이미 완성형인 선수들도 늘 노력하고 정진하는데, 나처럼 하찮은 사람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갈 길이 먼 여정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