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Apr 01. 2022

바쁘다는 말은 사실

하기 싫단 뜻

대학생 때 모임을 하는 날, 근황을 묻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내 나름대로 바쁘게 살고 있다고 하면 꼭 이렇게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바빠? 네가 나보다 바빠? 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것도 하고 그러는데?"

내가 바쁘다는 게 같잖아서 그런 건지, 하는 게 많다고 자랑하고 싶은 건지, 대단하다는 칭찬을 받고 싶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친구의 그런 모습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시간이 없다, 바쁘다는 말을 의식적으로라도 하지 않으려 했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구차해 보이지 않으려고 쓰지 않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뭐랄까, 남들에게는 둘째치고 스스로에게 그게 치졸하게 느껴진달까? 바쁘다는 건 현상이고 사실일지라도, '바빠서'라는 이유를 댈 거면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보통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게 되고,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이 실제로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간을 내서라도 해야 할 일이면 시간을 내면 될 일이고, 내가 하는 일들 중에 불필요한 걸 제거해서라도 해야 할 일이면 그럴 일이고, 그 정도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이 아니라면 안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로 피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차라리 애정이 없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내 결정 하에 안 하는 선택을 하는 게 낫다.​ 바쁘다는 게 핑계가 될 수 있지만 변명은 될 수 없는 이유다.


사람마다 시간을 보내고 채우는 방식은 다르다. 실제로 시간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허비되는 시간이 정말 많다. 물론  시간을  열정적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누워서 쉬는 것도, 예능 프로그램을 낄낄대면서 보는 것이 다른 시간을 위한 여백이기도 하다(나는  시간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정말 시간이 없는 건지, 내가 능동적으로 가치판단을  결과 '그것을 ' 시간이 없는 건지, 그게 아니라면 귀찮아서 피하고 있는 건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람이든 일이든.

매거진의 이전글 용의 꼬리 vs. 뱀의 머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