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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pr 04. 2022

어른이 어른다워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성숙한 게 뭔데?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20대 때는 그래도 아이와 어른 사이를 왔다 갔다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인데, 30대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는 내가 지금 너무 철이 없는 건가 하고 스리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생각해보면, 보통은 뭔가를 꾹 참는 것, 책임을 지는 것을 많이들 이야기하는 듯하다.​


어른은 무엇을 참아야 할까? 불공정, 불의,...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며 옳지 않은 것에도 인내와 책임이 요구된다. 거창한 것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 미숙한 듯 휘몰아치는 감정,... 어른이라면 그런 미숙한 감정이 떠올라서는 안 되며, 그것 때문에 남에게 의지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정말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이제는 어른이 되는 게 몹시 어려워서 어른이 되는 게 꺼려진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제 너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시선을 보내와서 되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내 감정을 희생하게 되는 날도 있다. 사실은 내 감정이 옳은 것이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그것 때문에 되려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그 표현 능력이 되려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다. 나 67살이 처음이라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선배들도 어느샌가 어린이에 비해 상대적 어른이 되어 있을 뿐, 그 나이가 처음이고 이 감정이 처음인데, 실체도, 명확한 방법도 없는 성숙이라는 미덕을 강요받는다.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실은 잃지 않아도 되는, 이를테면 패기랄지 솔직함이랄지, 하는 것들이 생겨나곤 한다. 나 혼자 꾹꾹 눌러 담는다고 어른이 아닌데, 그게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한 번에 갈 길을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어린아이들의 대화가 놀랍도록 성숙해 보이기도,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제는 정말 성숙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그동안 나 역시 제자로서 선생에게,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후배로서 선배에게 어른다움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사춘기 같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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