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게 뭔데?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고 있다. 20대 때는 그래도 아이와 어른 사이를 왔다 갔다 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인데, 30대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나는 아닐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는 내가 지금 너무 철이 없는 건가 하고 스리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뭘까 생각해보면, 보통은 뭔가를 꾹 참는 것, 책임을 지는 것을 많이들 이야기하는 듯하다.
어른은 무엇을 참아야 할까? 불공정, 불의,... 세상이 원래 그런 거라며 옳지 않은 것에도 인내와 책임이 요구된다. 거창한 것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 미숙한 듯 휘몰아치는 감정,... 어른이라면 그런 미숙한 감정이 떠올라서는 안 되며, 그것 때문에 남에게 의지하는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정말 어른이 되어야 하는 이제는 어른이 되는 게 몹시 어려워서 어른이 되는 게 꺼려진다.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제 너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시선을 보내와서 되려고 애쓰는 건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내 감정을 희생하게 되는 날도 있다. 사실은 내 감정이 옳은 것이고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그것 때문에 되려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그 표현 능력이 되려 퇴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하셨다. 나 67살이 처음이라고. 부모님도, 선생님도, 선배들도 어느샌가 어린이에 비해 상대적 어른이 되어 있을 뿐, 그 나이가 처음이고 이 감정이 처음인데, 실체도, 명확한 방법도 없는 성숙이라는 미덕을 강요받는다. 애쓰지 않아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실은 잃지 않아도 되는, 이를테면 패기랄지 솔직함이랄지, 하는 것들이 생겨나곤 한다. 나 혼자 꾹꾹 눌러 담는다고 어른이 아닌데, 그게 어른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한 번에 갈 길을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어린아이들의 대화가 놀랍도록 성숙해 보이기도, 감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이제는 정말 성숙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다움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그동안 나 역시 제자로서 선생에게,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후배로서 선배에게 어른다움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사춘기 같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