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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Feb 12. 2021

아찔한 민트색 인테리어와 바 선생 출몰 의혹

만 25세, 집을 사기로 결심하다


민트색 인테리어, 실화?



 우선 휴가를 내고 집을 보러 갔습니다. 평소에 잘 알던 아파트였는데, 내 집이 된다고 생각하니 달리 보였습니다. 더 좋아 보였죠. 하하. 97년에 지어진 복도식 아파트기 때문에 외관은 많이 낡았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최근에 교체했는지 반짝반짝 광택이 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비밀번호를 띠띠띠 누르는 장면도 왠지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집은 공급면적(*) 61제곱미터, 전용면적(*) 45제곱미터, 옛날부터 써온 개념으로 18평이었습니다. 집 내부에 대한 첫인상은 생각보다 구렸는데, 민트색 인테리어가 아주 아찔한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가구가 민트색이었고, 손잡이는 당구공같이 생긴 게 금색과 민트색의 혼종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욕조도 민트색이었습니다. 거의 집착에 가까운 수준이더라고요.

 "와.. 이거 월세가 나가도록 인테리어를 하면 얼마나 들까, 엄마?"

 "옛날에 민트색 인테리어가 유행이던 때가 있었어. 어느 수준으로 할 건지가 중요해. 인테리어는 수 천만 원도 우스워지기도 해. 돈이 많이 드는 거는 새시('샷시'의 표준표기라고 합니다)랑 주방이랑 화장실, 화장실은 저 누런 욕조를 들어내는 게 맞을 것 같고. 주방은 한샘으로 하면 돼. 집을 싸게 샀으니 그런 건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지. 같은 아파트 인테리어 된 집은 8천까지 하더라. 너는 6천5백에 샀으니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예쁘게 할 수 있게 엄마가 발품 팔아볼게. 우리 딸 집인데, 절대 허투루 돈 쓰게 안 할 거야."

 "나는 부산에 있느라 신경도 많이 못쓸 텐데, 엄마 너무 힘들면 어떡해."

 "엄마는 이상하게 이런 거 하면 힘나더라. 집 보러 다니고, 집에 관련된 뭔가를 하는 거는 하나도 안 힘들어."

 "알겠어. 이번에 하면서 나도 많이 알게 되겠다."

 "늘 말해줬지? 나중에 주택 관련한 자금의 출처나 규모가 증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 잘 적어놓으라고.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야. 팔 때 공제도 받고 하려면 공제가 실질적으로 되든 안 되든 주방, 장판, 도배, 항목마다 다 잘 기록해놔야 돼."



돈을 들여 고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외에 집의 구조나 곰팡이, 누수 상태, 베란다 밖으로 펼쳐진 노을과 뷰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직접 거주할 집이 아니지만 왠지 상상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햇살을 맞으며 흰 찻잔에 따뜻한 차를 담아 마시며 먼 곳을 바라보는 제 모습이요.

 "이런 게 중요한 거야. 인테리어는 돈 들이면 되는데, 이런 건 돈 들여도 못해. 여기는 층수도 좋고, 다 좋아. 네모 반듯하고, 남향이고. 엄마 남향 좋아하는 거 알지?"

 "엄마가 하도 그렇게 말해서 세뇌당해버린 지 오래지. 근데 엄마, 느낌이 좋다? 나 이 집이랑 사랑에 빠진 것 같아."



바 선생이 혹시?



 다만 하나 거슬리는 게 있었는데, 컴배트가 10개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이거 봐... 하나, 둘... 아홉.. 열!!! 혹시 바퀴벌레가 창궐하는 거 아니야...?"

 "음... 그러게... 왜 이렇지.. 그건 나도 못 봤는데. 하하... 부동산에 물어보자."

 부동산중개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게, 다른 집은 안 그래요. 근데 그 집에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가 엄청 지저분하게 살았어. 그래서 그런 거예요. 이사 나가고 싹 청소하고 그러면 바퀴벌레 안 나와요. 거기는 해도 좋고 그래서 깨끗하게만 해두면 바퀴벌레 나오는 집이 아니에요."

 어머니가 생각해보시더니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래, 하수구가 그물망처럼 되어있는 게 아니라 뻥 뚫려 있기도 하더라. 그거 막으면 괜찮을 것 같아."

 휴. 다행이었습니다. 그리마, 바퀴벌레 이런 거 나오면 제가 살 집이 아니라도 너무 짜증이 날 것 같았습니다. 세스코를 불러야 하나 싶었는데, 아니라고 하니 안심하기로 했습니다. 바 선생, 내 집은 어림도 없으니 딴 데 알아보라구! 역시 세입자를 잘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하고, 따질 것이 많은, 머리 아픈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전용면적은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집 그 자체의 면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 혹은 내 가족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누릴 수 있는 공간, 안방, 작은방, 화장실, 주방 등의 면적을 합친 것이 전용면적입니다. 공급면적은 여기에 주거공용면적을 더한 개념입니다. 집에서 살려면 계단도 써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써야 하고, 주거를 위해 필요한 공용 공간들이 있지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이 면적을 세대별로 나눠 각 세대의 전용면적에 더한 것이 이 세대를 위해 공급된 공급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공급면적=전용면적(집)+주거공용면적(엘리베이터, 계단, 복도 등)
우리가 흔히 베란다라고 부르는 발코니는 주택사업주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면적에 해당합니다.

- 베란다: 위층이 아래층보다 면적이 좁을 때, 위층과 아래층의 면적 차로 생긴 부분. 아래층의 지붕 쪽에 생기는 여유 부분을 이른다.
- 발코니: 건축물의 외벽에 접하여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으로 전망이나 휴식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다.
- 테라스: 실내에서 직저버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방의 앞면으로 가로나 정원에 뻗쳐 나온 곳. 일광욕을 하거나 휴식처, 놀이터 따위로 쓴다.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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