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나야
나의 주변인들은 나를 본인 주변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애로 꼽는다. 제일 재밌게 사는 애도 아니고, 제일 잘된 애도 아니다. 제일 열심히 사는 애. 물론 나도 내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고 내 나름의 즐거움을 찾아 재밌게 살고 있다. 그런데 제일 재밌게 살지도 않고 제일 잘된 것도 아니면 열심히 살아서 뭐하지? 가성비가 너무 안 좋은 거 아닌가! 이 포지션을 계속 갖고 가도 되는지, 때로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결론은 늘 같다. 이렇게 계속 가기로 한다.
열심히 사는 것은 때로는 발버둥 치는 것처럼 보인다. 재밌게 산다고 평가받는 친구들을 보면, 여기저기 쏘다니며 하고 싶은 것을 잘하는 친구들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돈을 잘 쓰고 다닌달까? 그리고 잘되었다고 평가받는 친구들을 보면, 주로 좋은 직장에 다니거나 좋은 직업을 가졌다. 명예가 있거나 소득이 높은 편인 것 같다. 그 둘과 나의 차이는 부러움의 대상인가 아닌가에 있다.
나는 '대단하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와,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아? 대단하다', '와, 어떻게 그렇게 글을 꾸준히 써? 대단하다' 그리고 꼭 뒤에 따라붙는 말은, '나는 그렇게 못해'. 사실상 '나는 그렇게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살아도 어차피 넌 나랑 같은 회사원인 거잖아'라는 말이다.
글쎄. 나는 계속 커다란 박에 콩주머니를 던지고 있다. 원래는 내가 어느 박을 향해 콩주머니를 던져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는 어떤 박에 콩주머니를 던져야 할지 안다. 어디가 틈새인지도 안다. 목표도 생겼고, 방향성도 생겼다. 언제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들 운동장을 떠난 이후에도 콩주머니를 던지고 끝내는 박을 터뜨릴 자신이 있다.
며칠 전에 보게 된 세바시 영상에서는 이재은 아나운서가 나와서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 자체가 재밌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없어 보이고 지루하기만 한 것들(공부, 공부, 공부, ...)이 본인에게는 흥미로운 일이라고. 어떠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역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 자체가 재밌기도 하다. 이전의 비유를 계속하자면, 콩주머니를 던지는 것 자체가 재밌다는 것이다. 콩주머니를 박 아래쪽이나 박 위쪽이 아니라 틈새에 던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 틈새에 정확하게 도달하도록 할 수 있는 정도의 정확성과 근력이 생기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열심히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하고 멋진 일인 것도 확실하다. 열정이 있는 사람의 눈은 다른 누구보다도 반짝이는 법이니까.
그러나 나는 열심히 살다 보면 보상을 받을 거라는 것을 믿는다. 이재은 아나운서가 열심히 살아낸 덕분에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듯이, 어떤 기회를 부여할 수 있는 누군가가 그 수혜자로서 이재은 아나운서를 떠올렸듯이, 그래서 이재은 아나운서가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 주요 프로그램의 MC 자리를 맡을 수 있었듯이, 나 역시 열심히 살면 남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에게 기회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회가 올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 기회를 '왜' 주는 것인지도 알고 있다. 내가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사는 것이 언제쯤 나를 '재밌게 사는 애' 또는 '잘 된 애'로 만들어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열심히 살더니 정말 잘 돼서 재밌게 사는 애'가 되면 얼마나 뿌듯할지! 오늘 하루도 마저 열심히 살아내고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