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마음가짐
세상에 단박에 되는 일은 없다. 단박에 되더라도 우연에 불과할 뿐, 그것이 나의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나는 뭐든 빨리 결과를 보길 원했다. 입사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사회초년생 나부랭이임에도 불구하고 능력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지 않은 것이 싫었고, 제대로 된 집(그게 자가이든 월세방이든)이 없는 것이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정상인 것인데 무엇이 나를 그리도 채근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시간이 지나도 내가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그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나 싶은 억울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그 '열심히 산 것'이 미련한 일이었다는 것도 나중에서야 깨달았지만 말이다. 성공한 사람은 성공한 순간부터 눈에 띄었다.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성공해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나에게 따끔하게 말하곤 했다.
"너는 뭐가 그렇게 조급해? 바로 뭔가가 될 수는 없는 거야."
시간을 쓰지 않고는 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이후였다. 마음의 여유라는 것이 마음을 먹는다고 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를 끊임없이 침잠하게 했던 번아웃이 어느 순간 사라져 있듯이, 마음의 여유도 그렇게 찾아왔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이미 통달한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상태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하고 우울한 시간을 버텨내어 그곳까지 가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완성된 상태로 보이는 그 지점에 도달하기 전 그들이 보낸 과거의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내가 힘든 것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어둠에 갇혔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내가 맞닥뜨린 무력감은 생떼 수준이었다. 그들은 끝이 없는 어둠을 끝이 있는 터널로 만들어냈다.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시간만큼 공평하게 배분되는 자산은 없다.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48시간 같은 하루를 살고, 누군가는 12시간 같은 하루를 산다. 몇 시간이 되었든, 시간을 쓰지 않고 되는 것은 없다. 작은 것이 모이지 않는 큰 것은 없다. 시행착오가 선행되지 않는 성공은 없다. 0과 1 사이에는 무수한 수가 있다. 지금 내가 만들어가는 0.001이 언젠가 1이 된다는 것을 믿으며 살아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