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과 할 일의 차이점
나는 매일 노션이라는 앱을 통해 하루의 할 일을 정하고 지켰는지를 체크하고 있다. 언뜻 보면 하루의 계획을 잘 세워서 실천하는 사람 같지만, 사실은 뭔가 부족하다. 계획을 좀 더 똑똑하게 세우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부족함을 느낀 것은 '어떻게'가 묻어나지 않는다는 것. '무엇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해진 것도 있고, 우선순위도 있다. 그런데 '브런치 글 쓰기' 이런 식으로 항목을 만들다 보니, 계획이나 목표가 아니라 정말 그냥 건조한 할 일 같은 거다. 계획에서 성취에 대한 자극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목표 달성의 퀄리티가 보장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습관에 관한 드로우앤드류 영상을 보면서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았다. 영상에서는 네 가지 가이드를 준다(아마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내용을 요약해준 것 같음).
구체적으로 만들어라,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하기 쉽게 만들어라,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구체적으로 만들어라'는 그냥 '글쓰기'가 아니라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면서 글 한 편 쓰기'라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라'는 의무감이 아니라 기회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해낸다'로 표현만 바꿔줘도 이건 기회가 된다는 거다. '하기 쉽게 만들어라'는 하면 좋은 거, 해야 하는 게 있다면 조금 더 내 마음이 편하게, 내가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아침마다 명상을 해야 한다면, 재미가 없을 수 있으니 좋아하는 음악을 깔아서 자기 암시 녹음 파일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족스럽게 만들어라'는 습관을 지키는 그 자체가 만족스럽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낭만과 템빨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 할 때 마음에 드는 나이키 운동복을 입고 달린다든지, 예쁜 레깅스를 사서 입고한다든지 하는 게 다 여기에 들어간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발견한 메시지는 두 가지다.
첫째, 나는 습관화해야 하는 것을 할 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둘째, '의지'만 갖지 말고 '의도'를 가져야 하는구나.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마시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답방을 다닌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하는 건데, 습관이라기보다는 할 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문제다. 습관과 할 일은 지속성, 자연스러움, 해냈을 때의 주된 감정에서 차이가 난다. 습관은 매일 하는 거고, 할 일은 그날그날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습관은 좀 더 자연스럽게 체화되어 있는 것이고, 할 일은 대상을 객체로 생각하는 것이다. 둘 다 성취감을 줄 수 있지만 멋진 습관은 꾸준히 지켰을 때 자존감, 할 일은 해냈을 때 의무감을 준다. 그래서 습관은 정착시키기는 힘들지만 습관으로 만들고 나서는 힘을 덜 들여도 해낼 수 있다. 반면, 할 일은 매일 할 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힘이 든다. 당연히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니까.
또 하나, 나는 강한 의지만이 나를 성장하게 하고 성공하게 하고 움직이게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쓰고 있는 '열심히, 그러나 똑똑하게'라는 브런치 매거진에도 드러내고 있듯이 이제는 독한 의지, 무비판적인 성실함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 말고 무엇을 가져야 하는지 몰랐는데, '의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내야 하는 것들을 좀 더 똑똑하게 효과적으로 쉽게 해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다. 그게 말장난으로 나를 약 올리는 방법이든,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인지적 장치를 두는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이상 의심이 들지 않는 그 '무엇'을 하는 것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간 매일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습관으로 만들기로 했고, 강인한 의지보다 똑똑한 의도를 갖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