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Apr 29. 2022

존경하지 마!

따라 해

어느 새부터 '리스펙 한다'는 말이 흔히 쓰이곤 한다. 내가 아는 한 리스펙은 존경의 영어 표현이다.


어릴  나를 소개해야  일이나 그런 내용을 적어야 하는 문서가 있으면  누굴 존경하냐고 묻는 질문이 있었다.    지원하는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할 때에도 그런 요구가 있었다(우리 회사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쓰는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예비 부하직원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보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존경이라는 말을 어디 아무 때나 쓰냔 말이지. 누가 봐도 대단하다 싶은 구국의 영웅들, 세기의 천재한테 쓰지 않나? 그런 사람들의 면모를 배워와서 업무에 적용할 거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물론 그것보다 한참 더 어렸을 때에는 정말 영웅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 세상을 뒤바꿔놓은 사람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 사람들을 닮고 싶어 했고(그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고), 그 사람들이 가진 장점, 역사에 길이 남는 데에, 성공한 삶을 사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의 도전정신, 희생정신, 호연지기를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어떨까? 서른이 다 되어 가는 직장인이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고 하면,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얘가 그 사람들을 닮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려나?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냥 그렇구나 할 수도 있을 거고, 이제는 다 커버렸는데 그 사람들을 존경하면 어쩔 건데 하는 생각이 들지도.

리스펙은 더 그렇다. 왠지 선을 긋는 느낌이다.

'당신 대단하고, 멋지고, 좋다! 내가 그렇게 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못 살기 때문에 정말 리스펙 한다'​


우리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존경하고 추켜세워준다. 내가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리스펙 한다고 이야기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존경해서 뭐하지? 존경해 마지않는 그 모습을 내가 닮지 못한다면 그건 무의미한 존경이 아닌가? 진정으로 그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내가 그렇게 한 번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이 나에게 종교는 아닌데?

그래서 나는 존경하는 사람을 닮아보려고 한다. 존경이라는 이름으로 '저 멋진 이와 나는 달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멋진 사람의 마인드, 습관을 따오려고 한다. 일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분들의 면모를 조금씩 다 존경한다. 구국의 영웅은 아니어도 삶의 의미를 찾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 세기의 천재는 아니어도 하루하루 발전해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면서 좋은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책을 읽고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도전하려고 노력한다.

존경이라는 이름의 거리두기는 관둬야지. 존경하지 말고 내 걸로 만들자. 따라 하자. 나에 대한 리스펙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대범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