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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y 18. 2022

돈을 좋아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

실패했기 때문에

나는 돈을 좋아한다. 물욕도 많다. 쇼핑중독까지 가는 게 아니라면 필요한 걸 사고, 갖고 싶은 걸 가지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나 필요하지는 않아도 일상생활이나 취미생활, 정서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그걸 사는 데에 필요한 돈을 안 좋아할 이유는 없다. 내가 바라는 '나의 좋은 집 마련' 역시 돈으로 할 수 있는 궁극이다. 가격에는 언제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으며, 가격에 걸맞지 않은 것들은 선택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렇지만 돈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두고 시작한 것들은 실패했다. 돈은 무언가를 당장 시작한다고 해서 빠르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며, 설령 일시적으로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다고 해도 실력이 없이 이루어진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허무하게 사라졌다.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진정성 없이 시작한 것을 꾸준히 지속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에 나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를 정확하게 따져보고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과적으로는 다 해보고 나서야 '아, 이건 나에게 안 맞는구나' 하고 깨달을 따름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는 화려한 결과만 생각할 뿐이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여기저기서 협찬도 받고 좋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인스타그램 키우기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셀카를 찍는 건 좋아해도 어디에 내 얼굴을 이쁜 척(?)하면서 올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 내가 랜선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 억지로 셀카를 찍어다가 올리고, 어딘가 새로운 곳을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을 얻고, 치장도 해야 할 거 같고,... 아마 내가 내 나름의 콘텐츠가 있었다면 그렇게 느끼지 않았겠지만, 그런 것 없이 일상을 자랑하고 팔로우를 하고 팔로우를 당하려니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데 괜히 나 혼자서 꿀리는 느낌이 든 것이다. 몇 개월 간 노력해서 팔로워 1천 명을 달성했지만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그래서 내려놨다. 내 길이 아니구나.


블로그를 해보기로 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키워보려고 했다. 되지도 않게 옷 후기도 남겨보고, 식당 후기도 남겨봤다. 당연히 방문자 수는 늘었지만, 그것들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자신이 없었다. 이미 자신이 없는 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상태에서는 돈은 멀리는커녕 가까이에 있지도 않았다(아마 내가 직장이 있어서 덜 아쉬워서 생각보다 힘껏 하지 않은 걸지도).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내가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내가 지속적으로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결국엔 나 역시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었으며, 꾸준함만이 답이라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 가장 덜 돌아가는 길이라는 생각을 그때서야 했다. 그런데 내가 꾸준히 이야기할 만한 것은 결국 재미없는 일상밖에 없었다. 물론 나는 브런치에 내 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실제로 부동산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공부를 할 뿐인지라 결국에는 유명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갖고 와서 추천해주는 것 말고는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고, 그런 양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거, 그게 다였다. 참 재미없게 산다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 그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20대 직장인인데 열심히 사는 게 내 콘텐츠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브런치도 열심히 쓰고 있고, 출간도 앞두고 있고, 운동도 열심히 하니까, 평소와 다른 무언가를 해내지 않고 살던 대로 살면 되는 것이고, 일기는 쓰면 나한테 좋은 것이니까! 그래서 '열심로그'라는 콘셉트를 잡고 열심로그를 매일매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다만 내 일상 그 자체는 회사-집의 반복이라 사진도 별로 찍을 게 없고, 크게 재미가 없기 때문에 짤막한 글을 서두에 적었고, 노션이라는 생산성 앱을 활용해서 매일매일 내가 한 일들을 기록했고,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추천받은 대로 감사한 것, 좋아하는 것을 세 가지씩 쓰는 5분 저널을 작성했다. 이따금씩 책이나 영상을 통해 얻은 좋은 깨달음들도 소개했다.


이웃들과 소통하다 보면 블로그 수익화에 관한 포스팅이 종종 눈에 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수익화를 목적으로 할 때 해야 하는 것들을 하다가는 내가 멀리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굳건했기 때문에 현혹되지 않았다. 물론 그 방식을 따라 하면 그 사람들 말대로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어느 날엔 갑자기 그걸 따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계속 써 내려가고, 그렇게 나의 아카이브를 만들어두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음에 거슬리는 것을 최소화하고, 생각보다 노력이 덜 들면서 쭉 유지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결국 내 안에서 찾아야 하고, 그게 바로 진정성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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