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의 결함이 장점보다 더 눈에 띌 때
내 성격의 결함이 장점보다 더 눈에 띌 때가 있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이 있었는데, 쉬이 분노하지 않고, 너무 솔직하게 굴기보다는 조금은 똑똑하게, 적당히 나 자신을 드러내고 숨기면서, 적당히 남에게 선을 그을 줄도 아는, 주관이 꽤나 뚜렷한 성격을 갖고 싶었달까. 아주 복잡미묘한 것이었는데, 사실 그런 것을 원한 건 결국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쉽게 감정을 드러내고, 남들 앞에 솔직하지 않을 줄 모르고, 거절도 잘 못하고, 주관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나를 두고, 나는 늘 성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성격대로 행동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런데 성격을 바꾸는 건 쉽지 않았다. 어떤 날에는 성격을 바꾸고 싶어하는 그 성격조차,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저 좋게 보지 않는 그 까다로움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을 억누르려고 했다. 왜 나는 이렇게 많은 것들에 화가 날까? 왜 남과 나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분노할까? 왜 나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할까? 그런 생각들에 맘 편히 잠들기가 어려운 날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엔, 내가 참 답답하다 싶었다. 사람은 어차피 바꿔 쓸 수 없다는, 연애에서 자주 인용되는 명제가 생각났다. 여기에서의 사람은 성격일까, 행동일까? 아마 둘 다 될 수 있겠지? 이런 쓰잘떼기 없는 생각을 하다가 '음, 성격을 못 바꾸겠으면 행동을 바꾸는 게 맞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곱씹을수록 탁월한(!) 생각이었다. 분노하는 마음이 들면, 분노가 사그라들 수 있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거절할 수 없으면 해줄 수 있는 만큼 친절하게 해주면 된다. 만족할 수 없으면 만족하도록 행동하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성격 탓을 하는 대신 행동을 바꿨다. 효과적이었다. 내가 게으른 게 싫으면 여유 있게 생각해도 괜찮다고 되뇌이지 않고 그냥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때로는 여전히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었지만, 살아가는 동안 흘러가기도 하고 쌓이기도 하는 사건과 인연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했다. 필요한 만큼 친절하고, 만족스러울 만큼 분노하고, 나머지는 최선을 다해 신경을 끄거나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적절한 선을 찾을 수 있었다.
성격이 마음에 안 드는데 바꾸지 못하는 경우, 바꾸지 못하는 그것마저 마음에 안 드는 경우엔 행동을 바꾸는 게 낫다. 차라리 그게 쉽다. 안 좋다고 생각하는 성격이나 습관을 바꾸고자 집착할수록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그래! 그냥 이렇게 맞춰서 살아보지, 뭐!' 하고 좋은 감정을 조금 써서 스스로를 싫어하는 나쁜 감정이 역류해오는 것을 막는 게 낫다. 안 좋은 성격이야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성격이라 좋은 게 있고, 저런 성격이라 좋은 게 있는 법이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잘 이용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게 빠를지도!
그렇다면, 오늘도 들어갑니다. 레디- 액션! (오글거려도 할 말은 해야지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