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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Jun 17. 2022

매일 하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주의: 어느 평범한 이의 합리화일 수 있음

사람들은 종종 '매일 OO하기'라는 식의 목표를 세우곤 한다. 나 또한 그렇다. 6개월 정도 매일 내 생각을 담은 짤막한 글을 썼다. 당연히 성취감이 있고 뿌듯했고, 그간 많은 기록이 쌓였다. 가끔은 '오~ 그럴듯한데~' 하는 글도 있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매일매일 뭔가를 하는 게 주기를 두고 하는 것보다 쉬웠다. 관성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매일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래의 세 가지 문제를 느꼈다.


첫째,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그 생각이고, 그 감정이 그 감정이다 싶은 날이 많았다. 물론 6개월 전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을 점으로 찍어 비교해보면 뭔가 성숙해진 게 있을지도! 그러나 매일 써낸 글을 보면서 그저 매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음~ 성장하고 있군' 하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둘째, 체계가 없었다. 나는 주로 귀납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연역적 사고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결국 내 생각을 글 또는 말로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줄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독자 또는 청자에게 내 뜻을 전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풀어헤치는 편이라 아마 똑같은 주제를 갖고 다음에 다른 누군가에게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되면 나만의 알맹이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내가 이렇게 매일 무언가를 생산할 만큼 충분히 채워지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워져야 내놓을 것도 있는 법. 마치 매일 운동을 하는 것도 근육의 성장이나 몸의 컨디션에 그렇게 좋은 게 아닌 것처럼, 휴식을 취해야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똑똑한 글, 의미 있는 글을 쓰려면 더 훌륭한 사람들의 많은 생각으로 나를 채우는 것부터가 선행되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루틴을 단박에 놓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되, 디테일을 더 챙기고, 체계를 만들어보고, 채우는 활동도 챙겨나가야겠다는 것,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번아웃이 오기에는 조금 이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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