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분류 미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Aug 03. 2022

인간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인사팀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할 때가 있다. 회사 일과 현실적인 생각에 젖어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그런 교육은 눈이 번쩍 뜨이는 자극을 주곤 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교육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전문가들은 이따금씩 너무나도 이상적인 말을 하고, 그에 대한 신념으로 교육 시간을 열정적으로 채워가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분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보진 못했지만 워크숍을 준비하는 미팅을 진행할 때 나도 그 자리에 가게 되었는데 깜짝 놀랄 만한 말을 들었다.


"제가 인간에 관심이 많아서, 왜 그럴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자꾸. 궁금해요."

네?


인간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내 눈앞에 실체로서 존재하는 사람이 육성으로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나? 유튜브에 나오는 교수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거야 들어봤지만 대면을 하고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그런 생각과 용기가 부러웠다. 어쩌면 이 사람은 용기 따위 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자연스럽게 차오르는 생각을 막는 그 어떤 기제도 존재하지 않는 거다. 그래 보였다.


만약에 대해 생각해본다. 만약 이 분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서 이 사람만의 확실한 정체성이 생긴 것이라면? 최초의 한 두 번의 용기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그게 이 분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누군가의 기억에 강하게 남도록 만들어준 거라면 해볼 만한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칭한 '이런 말'이라는 건 뭘까 생각해본다. 아마 오글거린다는 말 아닐까. 나는 오글거린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가 만든 건지 참 찰떡같이 쓰일 때도 많아서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만, 오글거린다는 이유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 인간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으잉? 오글거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으면 낭만은 없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그날 이 분의 이야기가 좋았다. 솔직히 그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리 집중하지는 않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신뢰도가 확 생겼달까.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이런 사람들이 생기를 준다. 안 오글거리는 이야기들에 굳어버린 뇌가 조금은 말랑말랑 해지는 느낌. 감사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한테는 하나도 샘이 나지 않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