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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Dec 12. 2022

인생에도 일상에도 리듬이 중요합니다

[2022 결산] 올해 깨달은 잘 사는 진리

부들부들 하체가 아릿해져 오는 스쿼트를 하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왜 트레이너들은 운동을 할 때 리듬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까? 대충 해도 힘든데 리듬을 지켜야 하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운동을 하면서 리듬이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몸이 충격을 감내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지하고 대비해야 관절이 곧 쓰일 거라는 것을 알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준비하고, 근수축을 최대로 이끌어내어 운동의 효율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트레이너들이 항상 덧붙이기를,

“안 그러면 다쳐요~”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아쉽게도 출처를 기록해두지 않았다).

음악의 즐거움은 예상 가능한 반복적인 선율에서, 불편하지만 독특한 선율이 나왔다가 다시 예상 가능한 선율로 돌아가는 모든 것에 있다. 마치 우리 삶처럼.

좀 더 어렸던 나라면 '불편하지만 독특한 선율'에 집중했을 것이다. 세상에 어디 재밌는 것이 없나 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을 때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예상 가능한 반복적인 선율'에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하고 익숙한, 일상의 평범하고도 단순한 것들의 중요성이다. 가끔은 세상을 이루는 작은 것들에서 삶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운동이 그러하듯, 음악이 그러하듯, 인생에서도 일상에서도 리듬이 중요하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 김영민 교수님은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잔잔한 산책, 주기적으로 수혈해주는 달달한 디저트같이, 인생이라는 게 허무해도 결국 살아나갈 수 있는 사소한 힘을 여기저기에 배치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대단하기 그지없는 교수이자 작가인 분이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게, 적잖은 위안을 준다. '야, 너두 할 수 있(는 거였)어!' 같은 거랄까?


일상 속 리듬은 일종의 루틴으로 만들어진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할 일이 있다는 것, 그게 명상이든 스트레칭이든 감사일기든 물을 마시는 것이든, 애증의 연속인 할 일과 즐길만한 취미가 있다는 것. 그 리듬이 일상을 쫀득쫀득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 탄력은 결국 돌아올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력처럼 나를 붙들어 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 불편하지만 독특하고 재미난 일들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나를 받쳐주는 힘이 있다는 것.


결국 삶의 리듬이라는 것은 삶에 대한 시선, 한 사람의 철학과도 닿아있다. 매력적인 사람은 왜 매력적일까. 그 사람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철학이 뭐 대단한 걸까? 잘 사는 방법이라는 게 심오해야 하는 걸까? 사람을 대할 때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그런 원칙을 가진 사람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기왕이면 그 방법이 단순하고 유치할수록 더 그렇다. 맛있는 것은 누구나 먹을 수 있다. 노래방에 가서 실컷 소리를 지르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떠한 생각과 행동이 설령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일지라도 누구나 그를 통해 희망을 찾을 수는 없다. 그것은 한 사람의 철학이며, 멋진 능력이다.


국민 배우 유해진이 나이가 들면서 말을 할 때마다 멜로디를 붙이게 됐다는 게, 설마 그래서인가? 리드미컬한 삶의 증거 같은 것일지도. 설마 어른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할 때마다 물결을 붙이는 것도 그래서인가? 그래서 나도 올해부터 유난히 물결을 붙여댔나 보다.


하루를 시작하고 버티게 하고 마무리하게 하는 나만의 리듬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그게 2022년에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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