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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14. 2022

내가 짠테크, 무지출챌린지 안 하는 이유

못 하는 거 맞음 핑계 맞음

절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그냥 쓸 때 쓰고 안 쓸 때도 가끔 쓰면서 그냥 대충 살고 있다. 짠테크 할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그걸 하고 있어요' 말할 수 있을 만큼 돈을 아껴 쓰지는 않았다. 적당히 아끼고 적당히 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짠테크, 무지출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그들의 대단함은 소비욕구를 참는다는 것, 짠테크, 무지출을 할 거라고 선언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에 있다.


일단 소비욕구를 참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기본적으로 나는 돈은 쓰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재무적인 목표가 있어 그리로 달려 나가는 데에 저축을 할 필요가 있고, 돈을 쓰기 위해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게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돈을 쓰는 재미를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마치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식단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치킨과 떡볶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달까?


나는 절약하려고 노력했다가 요요를 경험한 적이 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짠테크와 무지출이라는 단어도 없고, 내 집 마련 등 재무 목표도 없었을 때 돈을 아껴 쓰려고 하다가 돈을 안 쓰는 것에 집착이 생겼고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했다. '맛있는 걸 사 먹지 말아야 해! 싶고 예쁜 옷을 사지 말아야 해!'라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나는 사치를 하진 않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 매력을 잘 느끼곤 했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세상 사람들 정말 똑똑하다,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지?'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사보니 가격표를 달고 세상에 나오는 것들은 그 정도의 값어치를 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싼 것보다 비싼 게 좋았다!


그런 나에게는 강박 비슷한 게 생겨 지출 요요가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멍청한 머릿속을 비우고 어느 정도 자유를 준 다음,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쓴다, 옷은 계절별로 두어 개만 산다' 등의 가벼운 룰을 정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재무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나았다. 내 집 마련을 한 이후 대출 상환액을 감당하고 더 좋은 집으로 갈 목표를 세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물욕이 좀 줄기도 하고 그에 따라 지출이 줄기도 했다.


짠테크, 무지출챌린지도 하는 사람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배우는 것, 목표를 더 잘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는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방식만큼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이 20대, 30대에서 끝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30대가 되면 인생의 대부분이 다 결정된 것처럼 말하지만 그럴 리가. 그건 내가 30대가 되지 않았어도 그냥 스스로를 가두는 생각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앞으로 무언가를 해나갈 시간이 많고 잠재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배울 만한 것은 배우고 목표를 더 잘 이루게 도와주는 것들에는 돈을 적당히 써줘야 한다.


짠테크, 무지출을 '선언'한다는 것도 대단한 거다. 나는 몇 개월은 참을 수 있고 참아본 적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저 짠테크 해요! 무지출 해요!'라고 할 만큼 그것을 진정성 있게 오래 할 자신은 없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선언에는 힘이 있기 때문에 선언을 하고 나면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 한다.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모양 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선언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다. 뱉으면 해야 하니까. 근데 할 자신이 없으니까. 그런데 짠테크, 무지출챌린지를 하는 사람들은 그 어렵고 대단한 것을 해내는 것이다.


가장 대단하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그냥 나 혼자 만족하기 위해서 짠테크를 하고 무지출챌린지를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힘든 일이다. 때로는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현타를 느낄 수도 있다. 내가 만약,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짠테크, 무지출챌린지를 하게 된다면 나는 무조건 그것을 콘텐츠로 만들어서 동네방네 자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있음을 자랑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 으쌰 으쌰 하면서 응원도 받고, 스스로를 알리는 데에 여념이 없어 돈 쓰는 재미 따위는 잊어버려야 돈을 안 쓰는 것이 재미있어질 것이다.


결국 마음의 문제로 귀결된다. 챌린지는 도전을 의미하므로 힘들고 재밌는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억지로 힘든 것을 한다기보다는 스스로가 재밌게 도전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해볼 법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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