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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07. 2022

기분 나쁠 때 돈 잘 쓰는 법

일단 치킨 한 마리 깔고 갑시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생이 되면'을 되뇌면서 살아왔던 나는 스무 살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들어오는 돈을 모조리 탕진했다. 기본적으로 그냥 세 끼 챙겨 먹는 것에 돈을 많이 썼다. 그렇다고 해서 되게 좋은 것을 먹은 것은 아니다. 하여튼 대학생 때는 돈을 펑펑 쓰며 나다녔다.


취업을 하고 나서는 좀 아껴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웬 걸, 아껴지지가 않았다. 심지어 가족이나 친구, 남자친구와 떨어져서 살았고 일주일에 서너 번 꼴로 회식이 있었기 때문에 끼니에 돈을 쓸 일이 딱히 없었는데도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는 방법으로 돈을 쓰는 것을 선택했다.


그때는 스트레스를 푸는 돌파구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혼자 있는 고요한 시간에 맛있는 걸 거나하게 먹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공허함이 채워지지가 않았다. 돈을 쓰고도 기분이 나쁜, 그렇지만 별다른 묘수는 없는 나날들이 반복됐다.


입사 면접 때 '스트레스 관리를 잘한다'는 것을 나의 장점으로 어필하기까지 했던 나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남의 돈을 벌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진짜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뭔지 몰랐던 것 같다. 대답하기로는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면 말끔해진다고 했는데, 입사하고 나서는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도 다음날 우리집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도루묵이니.


조금 있으면 나를 잠식해버릴  같은 우울감을  이상은 방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 양질의 지식과 지혜를 접하고 다시 좋은 습관들로 하루를 채우기 시작했다. 귀찮고 힘들지만 꾸역꾸역. 별 다른 걸 하진 않았다. 책을 읽었고 운동을 했다. 그러면서 바뀐   하나는 기분 나쁠  돈을 쓰는 법이었다.


원래는 먹는 걸로만 스트레스를 풀었는데(노래방도 사실 거짓말이었던 거임?), 이제는 회사를 다니면서 기분이 크게 나쁜 일이 있으면 온라인 강의를 홧김에 결제한다. 그러면 심란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열심히 준비한 보고에 실패한 날. 입사하고 지난 몇 년을 돌아보니 내가 뭘 한 건가 싶은 날. 그래도 내가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있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겠지. 그래도 여전히 내게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그날 바로 1강을 들었다. 그러면 또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또 2강도 들었다.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내 숨통을 트이게 했다.


사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성과로까지 이어지면 그것 역시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짜릿한 성취감이 들었다. 지금껏 들었던 강의는 이모티콘 제작 강의, 글쓰기 강의, 전자책 만들기 강의, 유튜브 운영 강의였다. 유튜브 운영 강의는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내 채널에 실험을 하는 단계이고, 나머지로는 하나씩 결과물을 뽑아냈다. 그럴듯한 수익이 난 건 글쓰기 강의가 다지만,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이나 댓글을 달 때 쓸 수 있는 이모티콘도 출시했고, 자취방을 구할 때 막막했던 마음을 곱씹으며 전자책도 냈다. 네이버 스티커는 나랑 닮게 그려서 그런가 나만 내 블로그에 잘 쓰고 있고, 전자책은 블로그에 무료로 배포해서 그걸로 돈을 벌지는 않았다. 하여튼 내가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해낸 게 기뻤고, 그런 일들로 배우고 깨달은 것도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기분이 나쁠 때 홧김에 소비를 하는 건 자연스럽다. 오죽하면 X발 비용이라는 말도 생겼을까. 그 욕구를 참는 게 더 부자연스럽다. 인내라는 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친 욕을 뱉으며 돈을 쓴다고 해서 내 안의 공허함이 채워질 리 없고,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잠깐 동안 즐기는 기분 전환. 딱 그만큼이다. 이 감정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기분이 정말 안 좋을 때,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할 때, 일상 속의 그 어떤 것으로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에는 진짜로 무언가를 채우자. 지금까지의 나는 생각지 못했던 지식과 지혜를 들이부어주면 마음의 눈금도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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