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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19. 2022

뭘 써야 하지? 글쓰기 소재를 찾는 법

나!

글을 쓸 때 고민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우선 '뭘 써야 하지?'가 있습니다. 와. 진짜 어려운 질문이에요. 그리고 대답은 참 쉽습니다. 내가 타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렵고, 그 당사자는 다른 누구보다도 본인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쉬운 대답이에요. 나의 이야기를 쓰면 됩니다. 그것이 지식의 영역이든, 경험이나 감정의 영역이든 상관없어요. 아무거나 하나 골라 잡으면 됩니다.


나의 성격, 라이프스타일, 직업, 취미, 특기, 학창 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됩니다. 맛집, 카페, 인테리어, 동물, 식물, 장난감 등 분야가 정해져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하곤 하잖아요. 만약 분야가 있는 분들은 하나를 골라 잡아서 정보 10의 글을 쓰든, 정보 8, 재미 2의 글을 쓰든, 써내려 가면 되는데요.


문제는 카테고리 없이 나의 경험과 감정을 써 내려가는 게 어려운 경우입니다. 나의 경험과 감정을 써 내려가는 게 어렵다는 것은 내 생각을 내가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 어려움에 대해 차근차근 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수히 엉킨 실타래가 있어서, 그것을 억지로 하나하나 풀어주지 않으면 영영 꼬여 있는 채로 남습니다.


저를 예로 들자면(글을 잘 쓰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마음의 장벽은 없으므로 소개해봅니다), 저는 잠시도 생각을 하지 않는 순간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답답함, 복잡함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면 내가 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부터 찾아 헤매게 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던 건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찍힌 낙인 같은 게 있었던 건지, 나도 모르게 세뇌된 사회 통념이 있다든지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겠죠. 그러면 거기에 대해서 생각이 나는 대로 씁니다. 이 단계에서는 쓰는 것 자체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는 게 제1 과제입니다. 그냥 쓰면 된다, 쓰다 보면 또 쓰게 된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인내하는 것이 필요하더라고요.


근본을 찾기가 어렵다면 현상에 대해서 먼저 씁니다. 지금 내가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마음에 드는 부분은 뭔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뭔지에 대해 씁니다. 그리고 근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됩니다.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때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하는 것도 괜찮고, 지금 돌아보니 별것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고요.


또는 나의 미래에 대해 쓰는 것도 좋아요.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없는 어려움, 되고 싶은 것을 향해 달려 나가는 모습에 대해 쓰는 것도 괜찮겠죠. 제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해볼까요? 그렇다면 저는 어느 정도면 부자라고 할 수 있는지,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 어린 시절 혹시라도 돈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찾아보고, 부자가 된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끄적여보고, 어떤 목표를 잡아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실제로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쓸 것입니다. 벌써 대충 목차가 그려지지 않나요? 만약 출간을 노린다면, 부자가 되어서 출간하지 않아도 좋죠. 부자가 되기 위한 10가지 스텝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성공 기록, 실패 기록, 모든 것이 이야기가 되니까요.


'내 이야기가 재밌을까요? 저에겐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요'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별함은 글이 쌓이다 보면 만들어지는 것이지, 특별한 이야기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같은 분야의 무수히 많은 유튜버를 만나면서도 각각 유튜브 채널의 성격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은 그들 각자가 특별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결국 자기의 채널을 통해 본인의 색깔이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선배 같은 사람도 있고, 동료 같은 사람도 있고, 동생 같은 사람도 있고, 스승 같은 사람도 있어요. 꼼꼼한 사람도 있고 허술한 사람도 있죠. 조용한 사람도 있고 떠들썩한 사람도 있어요. 이러한 특성들을 이것저것 조합해보면 특징 있는 한 존재가 탄생하게 됩니다.


게다가 사람에게 재미를 주는 건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 뿐만은 아닙니다. 공감에서 나오는 재미도 있어요. 평범할수록 공감하기 쉽겠죠? 개그에서 많이 쓰이는 소재 중 하나가 현실고증인 이유가 있다니까요~ 각종 SNS나 커뮤니티에 ‘회사원 특ㅋㅋㅋ‘, ’술 마신 다음날 대공감ㅋㅋㅋ’ 등 누군가의 특징을 보편적으로 묶어두거나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대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평범한 이야기도 재밌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을 한 명 떠올려 보세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여러분은 누구를 꼽으실 건가요? 특출 나게 유명한 사람을 꼽거나 나와 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을 꼽을 거예요. 전자는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 할 이야기가 아니겠죠. 그러면 우리는 후자가 되어야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나와 감정적인 유대를 만들어가고, 각자가 보내고 있는 일상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조용한 커뮤니티를 만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내가 특별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어째 저째 하다 보면 그게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반영하게 되고, 그러면 거기에서 무언가가 느껴질 것입니다.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 아시나요? 저는 항상 ‘남 사는 이야기가 뭔데 이렇게 재밌는 거냐?’ 하면서 인간극장을 끝까지 보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특별한 대로 재미가 있었어요. 평범하면 평범한 대로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런 것처럼, 각자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재미 또는 공감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라고, 여전히 특별한 글쓰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뻔뻔하게 글을 쓰고 있는 제가 말씀드립니다. 글쓰기를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세 문장만 써보세요. 가능하면 조금 더 써보세요. 형편없고 귀여운 글을 써낸 스스로를 기특하게 여겨주세요. 그러면 글쓰기에 성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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